[기자수첩]'파이로·SFR 재검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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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활용을 둘러싼 '파이로·SFR 논쟁'이 식을 줄 모른다. 국회가 재검토 책임을 정부로 떠넘겼지만 얼마 가지 않아 공정성·투명성 시비에 휘말린 채 막을 내렸다. 지난해 일이다. 뒤늦게 재검토 보고서가 공개됐지만 반대 측은 “재검토위를 '재검토'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핵연료 재처리)과 소듐냉각고속로(SFR)는 핵연료 재순환을 전제로 한다. 안전하고 깨끗한 기술을 통한 원자력 수명 연장이 본질이다. 국가 사용후핵연료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핵 진영이 쉽게 물러날 리 없다. 원자력계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지속해도, 중단해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정부가 사안을 다뤄 온 방식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에너지 정책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를 지난 20여 년 동안 전문가 집단에 맡겨놓다시피 했다. 원자력연구계는 이를 찬성했고, 시민단체는 꾸준히 반대했다. 갈등은 깊어지고, 논란은 누적됐다.

과학 기술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전문가의 지식과 의견은 온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가, 시민단체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거나 비판할 때 문제가 된다. 원자력발전이 그랬고 핵연료 재처리 과정 연구가 그랬다.

대중은 숙의하고 토론할 줄 아는 존재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과학 지식과 증명이 '공론'이라는 토론장에 올랐다. 대중은 슬기로운 판단을 내렸다. 정부는 결과를 수용했다.

모든 사안을 공론화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에서 적절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나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그 논쟁 과정에서 사회 발전이 저해된다면 검토할 만하다.

파이로·SFR 사업 논쟁이 불붙은 건 오히려 다행이다. 재검토 보고서를 국민에게 공개한 것도 현명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과정이 문제라면 과학기술계가 모여서 신중하게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토론 과정에서 다양한 집단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언제까지 결정을 미룰 수는 없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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