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칠드런 오브 맨 '인류 멸망 속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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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 불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인류 멸망이라는 거대 담론을 다룬다. 하지만 외계인 침공이나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빙하기 진입, 소행성 충돌 등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극히 현실적 요소를 인간 전체에 적용했다.

영화는 아무도 임신을 할 수 없어 새 생명 탄생이 묘연한 상황에서, 18세의 최연소 인간 '디에고'가 사망했다는 뉴스로 시작한다. 사람의 절망은 깊어가고 각국 정부는 제 기능을 잃어 난민이 넘친다. 그나마 정부 역할을 하는 영국마저 난민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수용소에 감금하는 등 만행을 일삼는다. 이에 맞서는 난민 반군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정부에서 국민에게 자살약을 복용하라고 광고할 정도니 인류의 미래는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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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오브 맨 한장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은 하나의 의문에 사로잡힌다. 왜 인류 전체가 불임에 빠지는가. 영화가 이유를 설명해주진 않는다. 그리고 인류에게 아직까지 희망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열린 결말을 제시할 뿐이다.

다만 원작 소설에서는 불임 원인으로 독감 예방 주사를 언급했다. 바로 백신이다. 백신이 전 지구적 불임을 야기할 수 있을까. 일본 의료 칼럼니스트 후나세 ?스케는 '백신의 덫'이란 책에서 아이가 맞는 백신에 폴리소르베이트80이라는 성분이 있고, 아이가 커 어른이 됐을 때 불임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물 실험 결과 생식 문제나 불임과 연관성이 지속 제기되면서 임산부는 가급적 사용을 주의해야 할 성분으로 지목된다.

폴리소르베이트뿐만 아니라 환경 호르몬, 전자파, 방사능, 미세먼지까지…. 임신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산재했다. 세계 불임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원인도 다양해지고 있다. 어쩌면 칠드런 오브 맨이 그린 디스토피아에 우리가 조금씩 가까워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왜 불임을 겪는가 보다는 인류가 멸망에 직면했을 때의 자세와 태도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끝'을 접했을 때 인간 사회가 어떻게 붕괴되는지도 적나라하게 그려내면서 '이에 맞서 어떻게 행동 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중 정부군과 반군이 서로 총을 겨누고 대치하는 장면이 있다. 총알이 날아오고 폭탄이 터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새로 탄생한 아이를 눈 앞에 뒀을 때는 모두가 지켜야 한다는 감정을 공유한다. 한 순간이지만 싸움도 멈췄다. “이 아이가 바로 희망이다.” 정부군과 반군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여겼을 것이다. 희망이 없을 때 멸망은 실체가 돼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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