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6개+α 신기술'을 접목한 정보화 사업에 예산을 중점 투입한다. 신기술 목록을 정부가 직접 제시해서 예산 지원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 검증은 깐깐하게 한다. '무늬만' 신기술 접목 사업은 철저하게 거르고, 실현·확산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예산을 적극 배정한다. 혁신 성장을 주도할 새로운 정보화 사업이 대거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양질의 정보화 사업을 가리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사업이 탈락, 관련 예산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신기술 접목 정보화 사업에 예산을 중점 투입하기 위한 지침서인 '정보화 선도 분야 투자 가이드'(이하 투자가이드)를 마련했다고 22일 밝혔다.
다음 달 각 부처에 전달될 투자가이드는 기재부에 내년도 예산을 요구할 때 사용한다. 신기술을 접목한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려는 부처는 투자가이드에 따라 자체 점검한 후 그 결과를 예산요구서에 첨부, 기재부에 제출한다. 추진 내용, 소요 금액, 실현 가능성(인프라·기술 성숙도), 대안 분석, 유사·중복성 등을 점검해서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각 부처 제출 서류를 검토하고 외부 전문가 검증 등을 거쳐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한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
투자가이드에서 기재부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AI △블록체인 등 6개 분야를 신기술로 제시했다. 추가로 공란을 둬 각 부처가 이외 다른 신기술도 접목할 여지를 남겼다. 기재부는 핵심 신기술 선정과 투자가이드 마련을 위해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연구를 맡겼다.
기재부 관계자는 “투자가이드에서 신기술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각 부처가 의욕적으로 혁신 사업을 발굴, 예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신기술을 단순 적용한 사업이 아닌 혁신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우수한 정보화 사업에 예산을 반영,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이드 마련은 옥석을 가려 재정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중복·낭비 예산을 줄여 해당 재원을 핵심 사업에 투입한다는 정부 '재정 지출 효율화' 정책 일환이다.
기재부는 신기술을 내세웠을 뿐 실제로는 부실한 정보화 사업에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검증을 강화한다. 투자가이드에서 다른 사업과 유사·중복성, 실현 가능성 등을 각 부처가 검토·제시하도록 하고 기재부에 제출된 자료를 외부 전문가가 검증하도록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는 신기술을 접목한 정보화 사업 촉진을 위한 정부 의지를 호평했다. 정부 움직임을 계기로 민간에서도 신기술 활용 사업이 활성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옥석 가리기' 과정에서 정보화 사업이 위축되고 관련 예산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실 사업을 걸러 낸다는 목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신기술을 접목한 정보화 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민간으로 확산 가능한 분야, 대국민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분야 등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