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저축은행이 영업전략 변화에 들어갔다. 대출 총량규제로 가계대출이 묶이면서 기업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건전성 악화는 물론 중금리 대출 축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은 1조674억원으로 2016년보다 2068억원(24.0%) 증가했다. 연간 순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 기간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 총자산은 약 29조600억원으로 전년 동기(24조1650억원) 대비 약 20.2% 증가했다. 가계대출 총자산은 약 14% 늘어난 약 21조42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저축은행들이 규제를 받지 않는 기업대출로 영업 전략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저축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상한선을 전년 대비 상반기에는 5.1%, 하반기에는 5.4%로 각각 제한했다.
때문에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강화 움직임은 잇달았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기존 투자은행(IB)본부를 기업금융 파트와 합쳐 기업금융투자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웰컴과 JT친애저축은행 등도 기업대출 상품을 출시하거나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경했다.
기업대출 확대 이유는 수익성 보전이다. 수익에서 비중이 컸던 가계대출 성장세가 둔화했다. 게다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조달비용 상승 압박도 어느 때보다 크다. 추가 상한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규제로 가계대출 확대가 어려워져 저축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다”며 “하지만 대형사를 제외한 중소형 저축은행은 기업대출을 할 수 없어 일부 폐업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대출이 크게 늘면서 예대율도 확대되고 있다. 저축은행의 예대율은 10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예금으로 조달하는 돈 이상을 대출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예대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금융기관의 예금 증가율보다 대출 증가율이 높아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기업대출이 상승하면서 예대율이 높아진 것 같다”며 “업계에서는 현 수준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고, 총량규제로 가계대출이 묶이면서 올해 안으로 100%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신용자에게 10%대 금리를 제공하던 중금리 대출 사잇돌 성장세도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취급규모는 약 9600억 원이다. 이중 저축은행은 약 4700억 원을 공급했다. 이는 전체 중금리 대출의 전반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총량규제에 묶이면서 과거와 같은 대출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해진 비중 내에서 대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려는 수단으로 신용도가 낮은 고객의 경우 일부 대출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