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책성 보험 실패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만성질환자를 위한 상품인 유병자 보험이 1일 출시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국내 주요 만성질환자 수는 약 1183만명으로 전체 인구(5133만명) 23%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89.2%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고연령층 대다수가 앞으로 만성질환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병자 보험은 고혈압, 당뇨병 등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만성질환자나 수술·입원 이력이 있는 유병력자도 가입할 수 있는 정책성 보험이다. 정책성 보험은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정부 요구로 보험사가 만든다.

유병자 보험이 출시된 지 벌써 2주가 지났지만 저조한 판매를 기록하면서 실패한 정책성 상품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책성 보험 상품은 실패 사례가 많다. 2001년 출시한 장애인을 위한 곰두리보험과 2011년 시판했지만 2년 만에 판매를 중단한 녹색자동차보험, 4대 악 보상보험, 메르스보험 등 이전 정부가 주도한 정책성 보험이다. 대부분 실패했다.

유병자 보험 역시 최근 실적만 보면 실패 가능성이 있다. 삼성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보, DB손보 등 손보 7개사가 유병자 보험을 출시했다. 현재 판매는 2만 여건에 불과하다. 7000건 넘게 판매한 DB손보를 제외하곤 평균 2000건 수준이다. 적은 곳은 400건도 되지 않는다.

보험사가 높은 손해율을 반영해 보험료를 비싸게 책정하다 보니 소비자가 가입을 망설인다. 보험사는 고위험군인 유병력자 대상 상품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정부 주장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민간 보험사에 이와 같은 부담을 떠넘긴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민간 회사인 보험사는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보험사가 떠안는 손실도 결국 다른 보험 가입자에게 전가된다. 손실률 높은 정책성 보험은 공공 보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정권 생색내기 정책 보험은 득보다 실이 많다. 유병자 의료 보장은 민간보다 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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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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