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이라는 용어가 유행이다. 일(워크)과 생활(라이프)의 균형(밸런스)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근로 시간 단축을 계기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관심 대상이다.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벌어지는 찬반양론의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5인 미만 영세 소상공인을 제외한 모든 기업에 적용하되 기업 규모별로 적용 시기에 차이를 둔 것은 10여년 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던 때와 흡사하다.
당시에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는 당위성과 경영 여건 악화를 우려한 중소업계 건의를 감안, 단계별 시행 방침을 확정했다. 제도 도입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영세소기업이나 초과 근로가 불가피한 지역 소재 뿌리 기업들은 초과근무 수당 부담 증가로 경영 및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논리를 폈다.
지금 생각하면 단기로는 영세 기업 및 소상공인에게 부담이었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다소간 고통이 따르더라도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현장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최저 임금을 인상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중소기업을 옥죄는 정책 2탄이 나왔다고 한숨을 내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시점에서 잠깐 발상 전환을 해보자. 우리나라 중소기업, 특히 지방 소재 중소제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운 문제는 인력 확보다.
세종시에 위치한 한 화학물질 관련 업체 대표는 “수도권보다 높은 임금 수준을 보장하는데도 청년 인력 지원자가 없어 40대 경력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임금 수준과 관계없이 청년 인력을 고용하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어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 배정 확대를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직장이 삶의 전부가 아니다. 요즘 젊은이는 단순히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서 개인 삶을 희생하지 않는다.
정답은 하나다. 과거처럼 시간을 많이 투입해 물량을 확보하는 경영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충분한 휴식 보장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 줘야 한다. 그래야 직장에 대한 만족과 창의 아이디어 발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물론 지역 및 업종이나 규모 등에 따라 저마다 사정이 다르다. 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하소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 상황에서도 청년들은 안정된 직장을 찾아 노량진 학원가를 맴돌고, 중소기업은 직원을 구하지 못하는 인력 수급 미스매치 현상이 구조화된 지 오래다.
청년 인력 확보를 위한 열쇠는 결국 중소기업 스스로가 쥐고 있다. 물론 정부도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 인식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기업 근무 환경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 노력도 더해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스스로가 청년층 구직 희망 분야 1순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 비전을 만들고 성장하는 일은 정부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일이다. 기업 스스로 이겨내야만 한다. 물론 지금 당장은 근로 시간 단축에 따른 고통이 적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우수한 청년 인력을 더 확보할 수 있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홍진동 대전·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hjd0040@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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