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행보가 모처럼 통신장비 시장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젠슨 황은 지난 3월 GTC 2026 기조연설에서 “전력 효율과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광통신과 광 반도체”라고 말했다. 황의 발언 이후 세계시장에서 모처럼 통신의 가치가 재평가 받고 있다.
AI 인프라의 근간은 연결성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체에 연결성이 필요하다. 코어와 HBM의 연결, HBM 내에서 메모리를 쌓아 올릴 때 연결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GPU를 연결해 GPU 서버를 구성한다. 서버를 연결해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데이터센터를 연결해 AI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연결 프로토콜의 속도를 얼마나 개선하느냐가 AI의 속도, 구동 성능을 좌우한다.
젠슨 황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 AI-RAN의 핵심 중 요소는 무선기지국에 GPU를 탑재하는 것이다. GPU는 AI연산으로 통신망 자체의 효율을 높인다. 나아가, 통신망이 이용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엣지)에서 AI 연산을 하며 빠르게 결과물을 전달하며 혁신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궁극적으로 기지국마다 탑재된 GPU를 초연결 기술로 엮는다면, 통신망이 하나의 거대한 AI데이터센터(AIDC)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는 현재 구축되고 있는 AIDC를 뛰어 넘는 거대한 GPU 수요를 창출하고, 통신 인프라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통신기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시장은 젠슨 황의 의도를 읽고 있다. 통신 장비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받고 있다. 광통신을 포함해 한국의 통신 장비 기업 전반이 AI 인프라로 묶이며 모처럼 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했다. 국내 주요 광통신, 통신장비 기업들은 업력을 20~30년 이상 쌓아왔다. 이동통신사의 투자 사이클에 따라 투자 가뭄이 발생할 때마다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상당한 성과를 냈다. 젠슨 황의 광통신 언급, AT&T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기대감 등이 맞물리며 빛을 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가지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우리가 과연 통신 장비, 인프라의 가치를 인식하고 수출 주력 상품으로 키우려는 노력을 다 해왔는가. 아직도 정부, 기업에서는 특정 외산장비 위주 스펙의 제안요청서(RFP)로 진입을 차단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외산은 면피라도 가능하다지만, '국산 장비 쓰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래'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AI가 미래에 대한 투자라면, 통신장비는 우리가 가장 잘해온 '집토끼'다. TDX개발, CDMA 개발이라는 성공의 경험이 있고, 한국 기업들은 어려운 글로벌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 성과를 내왔다.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더 큰 산업이 될 수 있다. 공정하게 국산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장치를 모색해야 한다. 보다 체계적인 수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 국내기업 관계자는 “대통령 순방 때 K-통신장비를 언급한다면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한국이 반도체 하드웨어라는 중요한 거점을 장악한 것처럼, 통신장비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엔비디아가 통신 인프라까지 장악하고 나서 후회할 것인가. K-통신장비가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전략과 지원을 강화할 때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