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검사 노하우를 살려 앞으로는 배터리 리사이클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전기자동차나 ESS(에너지저장장치시스템)가 확대될수록 배터리 재활용 문제, 배터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지지 않겠습니까.”
정성한 대표가 SH모바일을 설립한 건 2008년이다. 1999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한 그는 소위 잘 나가던 휴대폰 개발자였지만 '나만의 사업'을 위해 창업의 길로 나섰다. 올해로 설립 만 10년이 된 SH모바일은 작지만 강한 기업이 됐다.
2016년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출시한 직후 배터리 발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즉각 원인 분석에 나섰다. X레이 검사, 해체 검사, 전압 변화 측정, 충·방전 검사 등을 시행했다. 검사 장비 수배가 급선무였다.
이 때 삼성이 손잡은 곳이 바로 SH모바일이다. SH모바일은 전압 검사와 충·방전 검사 쪽 장비를 공급했다. 삼성 스마트폰의 운명이 걸린 상황에서 유수의 장비 회사가 아닌 어떻게 중소 기업을 믿고 찾았던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기술과 신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3개월이란 짧은 시간 안에 대량 장비 납품을 요구하던 상황이었다”며 “다른 글로벌 기업의 장비가 시중에 있었지만 가격 대비 성능에서 우리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고, 힘들었지만 전 직원이 밤을 새다시피 하며 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SH모바일은 이후 날개짓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와의 거래가 입소문 나자 삼성SDI 등 다른 기업과의 계약도 연이어 성사됐다. 배터리를 구매하는 곳뿐만 아니라 배터리 제조사까지 SH모바일의 고객사가 됐다.
정 대표는 “노트7을 계기로 배터리 품질 검사가 강화되면서 장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지금까지 공급한 장비가 수 만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길이 평탄한 건 아니었다. 믿었던 사람과의 갈등에 창업 초기 준비했던 아이템은 한 순간 사라졌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어렵게 이룬 것이 현재 모습이다.
정성한 대표는 배터리 검사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단순 측정과 분석을 넘어 배터리의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노하우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대형 배터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각 셀을 품질 검사해 효율적이면서 친환경적인 배터리 사용을 돕는 것이 목표다.
그는 “전기차나 ESS 같은 중대형 배터리는 모듈 구조로 돼 있다보니 각각의 셀 상태와 무관하게 모듈 전체를 교체하는 경향이 높다”며 “우리 기술이 배터리 리사이클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