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중국발 공급과잉이 맞물려 내년 우리나라 내년 수출이 큰 폭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7일 발표한 '2024년 수출입 평가 및 2025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연구원은 내년 수출액은 6950억달러로 추산했다. 올해에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증가율은 올해 8.4%에서 급격히 둔화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2%), 정보통신(IT)기기, 선박(9.4%)이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최대 수출기록에 도전하는 반도체는 메모리 단가 회복,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증가세를 유지하지만 증가율은 올해 10월 기준 47.2%에 훨씬 못 미치는 2.2%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외 대다수 품목의 수출 증가율이 올해 대비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 3년간 매년 최대 실적을 넘어선 자동차는 역기저 효과, 해외 생산 확대 등으로 인해 마이너스(-1.9%)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주요 수출 13개 수출 품목 중 7개가 올해 대비 증가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고 자동차와 더불어 석유제품(-7.9%)·석유화학(-0.5%), 자동차부품(-0.9%)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원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고율 관세 정책이 수출 둔화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수출품목을 중심으로 중국발 공급과잉이 극심한 상황에서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제3시장에서 한·중 제품 간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조상현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2기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은 우리 수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면서 “관세 정책이 우리 수출 성장세를 더욱 둔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원은 미국의 대 중국 관세 부과율에 따른 수출 시나리오를 분석,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윤진식 무역협회 회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무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한국 기업에 순탄치 않은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모든 방면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특히 관세 등 문제는 중국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가혹한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은 제3국에 물량을 쏟아내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한국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은 미국 신정부의 정책 변화 등을 상시 고려해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산업부, 외교부, 주미대사관 등과 협조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