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는 게임개발자회의(GDC) 참석자들로 가득 찬다.
GDC는 1988년에 처음 열렸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게임 콘퍼런스다. 일반 관람객도 없지는 않지만 개발자를 포함해 디자이너, 프로듀서, 마케터 등 업계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서로의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행사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다 참관객 2만8000명을 기록했다. 올해 GDC에서는 특히 인디게임전시관이 돋보였다. 프로젝터를 비추는 즉시 바닥이 화면으로 바뀌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무선 미니카를 조종하여 이른바 '땅따먹기'를 할 수 있는 게임 등 참신성에 초점을 둔 '작품'이 눈에 띄었다.
유럽, 남미를 중심으로 한 국가별 공동관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디게임을 소개하는 창구가 됐다. 가상현실(VR) 부스는 박물관 가상 체험이나 보드게임 현장 멀티플레이 등 전통 비디오게임 영역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사례들을 선보였다.
원스토어는 다른 국가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한민국의 대안 게임·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이다. 영화 시장에서의 극장과 같이 상품 유통을 담당하는 의미 있는 서비스다.
해외 사업자들 가운데에는 아이폰에서 애플, 안드로이드폰에서 구글이 각각 유일한 선택지라고 여기는 해외 시장과 달리 로컬 마켓이 양존하는 한국 시장을 긍정 평가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
GDC 현장에서 만난 한 유럽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또 다른 기회를 주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다만 최근 한국 토종 앱 마켓에 게임을 출시하려는 해외 게임사들이 글로벌 마켓 사업자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런 현상은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다. 원스토어와 해외 앱 마켓에 동시 등록한 게임 매출의 평균 43%(2018년 1분기 기준)가 원스토어에서 만들어진다. 작지 않은 마켓임에도 여전히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 사업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원스토어와의 거래를 걱정한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챙기는 국내 업계의 전략은 이해한다.
그러나 시장은 경쟁 속에서 발전한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복수 사업자들과의 경쟁 속에서 당일 배송이나 알고리듬 기반 상품 추천 등의 발전을 이뤘다.
국내 앱 마켓 역시 게임 예약, 인디게임 전용관, 구매액 포인트 적립 등 해외 사업자들이 제공하지 않던 서비스를 시장에 먼저 선보이며 국내 모바일 게임 발전 및 정착에 기여해 왔다.
한동안 슈퍼셀을 필두로 한 외국계 게임 회사가 국내 게임을 밀어낼 수도 있다는 '모바일게임 위기론'이 회자된 바 있다.
결론을 말하면 한국 게임 시장은 국내 온라인 지식재산권(IP) 기반의 역할수행게임(RPG), 외국계 전략 게임, 캐릭터 기반 캐주얼, 웹툰 IP 게임 등 다국적·다장르 타이틀이 경쟁하는 연간 4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3조원 이상이 외국계 앱 마켓을 통해 판매되고 있어 유통 시장에서 외국계의 영향력은 더 확대됐다. 마켓의 다양성을 고민해 봐야 하는 이유다.
다양한 앱 마켓 성장은 결국 모바일 생태계의 밑거름이다. 중국은 다양한 3자 안드로이드 마켓이 활성화,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게임 산업 생태계로 성장했다. 앱 마켓이 서로 경쟁하며 스타트업과 인력을 키웠다. 가능성이 보이자 자본이 물밀 듯 흘러들어 왔다. 내수 시장의 크기만 중국 게임 산업의 성장 배경이 아니다.
국내 게임업계는 최근 2~3년 동안 모바일게임 시장을 키워 왔다. 그 과실을 우리 산업이 골고루 나누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 10년 후 토종 앱 마켓들이 당당하게 글로벌 앱 마켓과 어깨를 겨누는 날을 기대한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 one@@onest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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