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칼럼] 우주를 여는 문, 아르테미스와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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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철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사업부회장)

최근 인류가 다시 달을 향해 나아가는 아르테미스 2호 프로젝트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전 세계 이목이 다시 달탐사에 집중되고 있다. 반세기 만에 유인 우주선이 달 궤도를 비행하게 될 이번 미션은 단순한 우주 탐사를 넘어 심우주 영역으로 인류의 활동 무대를 확장하는 역사적 신호탄이다. 이는 우주 강국들의 기술 패권 경쟁을 넘어 지구를 벗어난 곳에서 인류의 거주 가능성을 증명하는 위대한 도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아폴로 계획 이후 50년이 넘는 긴 공백은 단순한 정체가 아니라, 일회성 경쟁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우주탐사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과거의 달 착륙이 냉전 시대에 체제 선전을 위한 일회성 방문이었다면, 지금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달 궤도 정거장(Gateway)과 달표면 기지를 건설해 인류가 상주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국제 협력과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자생적인 우주 경제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확연히 차별화된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발사체와 생명 유지 장치 등 수많은 첨단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전파 기술은 시스템 전체를 연결하는 신경망과 같은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지구와 달 사이의 끊김 없는 심우주 통신은 물론, 탐사선의 정밀한 궤도 추적과 착륙, 그리고 자율 주행을 위한 각종 센싱 기술 모두가 고도화된 전파 기술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결국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모든 장비를 유기적으로 제어하고 데이터를 전송하는 '보이지 않는 생명선'은 바로 전파 기술에 달려 있다.

미래 우주 시대에 전파는 선택이 아닌 생존과 확장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더욱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다.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초장거리 통신부터 미지의 지형을 탐색하는 레이더 기술에 이르기까지, 전파 공학의 발전 없이는 우주 개척의 한 발자국도 떼기 어렵다. 따라서 우주 환경에서 적용할 수 있는 고신뢰성 전파 기술 확보는 곧 미래 우주 개발의 성패를 가르는 척도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특히 아르테미스 계획의 핵심인 달 남극기지 건설을 위해서는 영구음영지역에 있는 얼음 상태의 수자원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극심한 추위와 어둠 속에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난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지바른 곳에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음영 지역의 탐사 로버나 기지로 전송하는 원거리 무선전력전송(WPT) 기술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파를 통해 데이터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로봇, 드론,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에 직접 공급하기 위한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이제 그 범위를 우주까지 확장해 인류가 달에 장기간 체류하며 자원을 채굴하고 생존하기 위한 에너지 전달 수단으로도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동수단인 발사체뿐 아니라 무선전력전송, 레이더와 같은 미래 핵심 전파 기술과 산업에 대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가 시급하다. 국가 차원에서 우주 등급의 전파 소재·부품·장비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관련 연구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준비된 전파 기술이야말로 다가오는 우주 경제 시대에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확실한 열쇠가 될 것이다. 우주라는 거대한 문을 열고 새로운 영토를 선점하게 할 힘, 그 시작과 끝에 보이지 않는 전파가 있다.

구현철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사업부회장 hcku@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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