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을 엮는 것만으로 저장 및 연산 기능을 갖춘 소자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옷이 스스로 소자 역할을 하는 신개념 웨어러블 기기 구현이 가능해졌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최양규·최성율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팀이 특수 코팅한 실을 직조해 멤리스터(Memristor) 소자 기반 논리회로를 구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멤리스터는 메모리(memory)와 저항(resistor)의 합성어다. 전류가 흐를 때 생기는 저항을 이용한 비휘발성 메모리다. 전원이 꺼져도 이전에 통과한 전류의 방향, 양을 기억해 전원 공급 재개 후 저장 내용을 되살릴 수 있다.
멤리스터 소자는 보통 기판에 금속 전극과 전이금속 산화막 저항층을 형성하고 다시 금속 전극을 얹는 구조다. 반면에 연구팀은 씨줄과 날줄로 이뤄진 실 직조 구조를 이용해 멤리스터 소자를 구현했다. 알루미늄을 코팅한 실에 기상증착법으로 고분자 폴리머를 코팅해 기존 구조를 대체했다. 알루미늄이 전극 역할을 하고, 씨줄과 날줄 사이의 고분자가 저항층으로 작용한다. 임성갑 생명화학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고분자 기반 저항층 박막 형성 기술'로 직조형 회로를 제작했다.
연구팀은 이 소자에 추가로 연산기능을 갖춘 '논리회로'를 구성하는 것도 성공했다. 논리회로의 경우 두 개의 입력 창구에 흐르는 전류 신호를 0과 1의 이진법 신호로 활용해 연산하는데, 씨줄·날줄의 접촉 위치에 각기 다른 양의 전류를 흘려 유연한 중앙처리장치(CPU)를 구현했다.
연구팀은 직조 면적으로 저장 및 연상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실을 연결하거나 끊어 기능을 세부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앞으로는 이 기술로 의류형 CPU나 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AP)를 만들어 '스마트 헬스 의복'에 적용할 계획이다.
최양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정한 의미의 의류형 회로 구현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면서 “누설 전류를 막는 선택소자도 함께 직조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