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미·중 무역전쟁에 국내 산업계 대응 부심

#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선전포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500억달러에 이르는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의 경제 침략” “마지막이 아닌 첫 번째 조치” 등 강경 발언이 뒤따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을 상대로 꾸준히 이어져 온 보호무역주의의 엄포가 현실화됐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우선 3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철강과 돼지고기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무역 환경은 주요 선진 2개국(G2) 간 사활을 건 무역전쟁으로 급변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 대공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 총수출 37%를 차지하는 1, 2위 수출 국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미국의 철강 관세 면제 협상에 더해 중국까지 얽힌 복잡한 통상 방정식을 풀어야 할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폭탄을 앞세운 '무역전쟁'에 돌입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수출 중심 산업 구조인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이다. 이들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양국으로의 수출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유럽연합(EU) 등이 무역전쟁에 참전할 경우 세계 시장은 급속하게 위축될 것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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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이 한국 산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예상을 구체화하기는 어렵다. 양국 무역전쟁이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고, 세부 관세 부과 품목 등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국으로의 수출은 물론 세계 무역 시장 위축 등으로 국내 산업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국내 산업계는 정확한 정보가 없어 당장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일단 업계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선제 분석해 대응책을 강구한다.

개별 기업이 국가 간 무역전쟁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 공조 체제 구축이 요구된다. 최근 세탁기 세이프가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 협단체까지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가동한 것이 좋은 사례다. 한국에 불이익이 가해질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등과 협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가 68.8%에 이른다. 이 때문에 무역 시장이 위축되면 산업계는 직격탄을 맞는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중국산 제품 수출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은 감소한다. 중간재는 완성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이나 부분품 등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중국에 1421억달러 규모를 수출했으며, 그 가운데 78.9%가 중간재였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25일 “중국 정보기술(IT) 제조업이 대미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될 경우 한국의 대중 중간재 부품·부분품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연구원은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70% 이상이 중간재 수출이고, 그 가운데에서도 반제품(석유제품·석유화학제품 등)을 제외한 부품·부분품(IT, 항공기, 자동차부품) 수출이 전체 대중 수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장기로는 대미 수출 악화로 중국 산업이 위축되면 중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산업 전반이 영향권에 들어간다. 중국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에 가까운 24.8%나 된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중국이 맞대응,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경우다. 여기에 EU 등이 가세하면 세계 무역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대기업은 미국과 중국 무역제재 방향에 따라 생산거점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은 아시아와 중남미 등지에 생산거점을 마련했거나 확대 중이다. 미국과 중국 관세부과 정책이 전개되는 방향에 맞춰 해외 생산거점을 전환 또는 생산량을 조정해 대응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소기업은 해외 생산거점을 유연하게 조정할 여력이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과거부터 미국 통상 압박과 무역 분쟁 등에 대비했고, 생산 거점도 탄력 조정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에 생산 거점이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미 수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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