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의료기기 산업의 비상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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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람이 삶에서 반드시 경험하는 네 가지 고통을 생로병사라 한다. 태어남과 죽음이 삶의 시작과 끝이다. 그 과정이 늙음이라면 그 사이에 '병'이라는 사건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사람의 역사는 이 병을 다스리고 예방함으로써 태어남과 죽음의 간격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노력으로 채워졌다.

의료기기는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사용되는 기구와 기계다. 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MRI)뿐만 아니라 개인이 사용하는 콘택트렌즈, 임플란트도 의료기기다. 사람들은 의료기기와 함께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켜 왔다.

현재 의료기기는 4차 산업혁명으로 통칭되는 광범위한 기술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기술 변화는 삶의 변화를 이끈다. 지난 역사로도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술이 그래 왔다. 2016년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 비즈니스 리더 622명 가운데 45%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수혜 분야로 헬스케어를 꼽았다. 고령화와 커져 가는 건강에 대한 관심, 혁신 기술 발전이 그 근거였다.

지난해 말 프랑스에서 15년 동안 의식이 없던 환자가 전자약(신경에 전기 자극을 주어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 의료기기) 시술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의식이 돌아왔다는 뉴스가 있었다. 기존에는 치료할 수 없던 병들이 의료기술 발전으로 치유될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표 사례다. 3D프린팅,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의료기기에 접목되면 의료 분야에서 더 많은 변화가 일 것이다.

지난 15~18일 나흘 동안 열린 '제34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는 이러한 점에서 더 뜻깊은 행사였다. 649개 국내 제조업체와 제너럴일렉트로닉(GE), 필립스 등 세계 의료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참여한 전시회에서 로봇 의료기기와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부품, 진단용 기기, 의료정보시스템 등 첨단 의료기기가 선보였다. 스스로 의료기기 미래를 열어 가는 기업을 보면서 의료기기 산업 육성 주무 부처로서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의료기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연구개발(R&D), 시제품 제작, 임상시험, 인·허가 및 보험 등제, 시장 진출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보건복지부는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해 오고 있다. 5년 동안 1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의료기기 기술 개발을 지원해 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임상시험에 약 250억원을 투자했다.

또 전국의 중개임상센터 10곳을 선정해 병원 중심으로 한 의료기기 R&D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산 신제품 테스트 지원 등 국내 시장 진출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수출 지원에 힘쓴다. 2016년 말부터는 원스톱 상담과 컨설팅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유관 기관이 한자리에 모인 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 지원을 거쳐 KIMES에 출품된 여러 의료기기를 보며 기술 개발 성과를 제품화, 시장 진입으로 지원한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의 의료기기 산업 생태계 구성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 헬스케어특별위원회를 구성,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앞으로 10년 동안 가져갈 범부처 R&D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에는 의료기기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는데 동력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기산업육성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의료기기 업계 모두의 염원을 담아 하루빨리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우리 의료기기 산업은 글로벌 기업이 선점한 시장에서 조금씩 날개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건강을 지켜 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산업으로 날아올라 언젠가 우리 국민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기를 기원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mwpr2023@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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