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 발표] 노동권 강화에 방점 찍은 개헌…기업 부담 가중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노동권을 크게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자 경영계에서 기업 경영환경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기업은 지난해 현 정부 출범 후 일반해고 기준 완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 등 '양대지침' 폐기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더해 '친노동' 헌법 개정안 통과 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자칫 '자유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Photo Image
국회 깃발.

청와대가 20일 발표한 개헌안은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노동조건 결정 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했다.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현행 헌법은 근로자의 노동 3권을 행사하는 목적을 '근로조건 향상'에 한정하지만 개헌안은 범위를 '노동조건 개선과 권익의 보호'로 확대했다.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 3권을 인정했다.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게 했다.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고용안정'과 '일·생활 균형'에 관련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하고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국가에 부과했다. 일제와 군사독재시대 사용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라는 용어는 '노동'으로 수정했다.

경영계는 개헌안에 우려를 표했다. 경직된 고용 구조가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동권 강화에 방점이 찍힌 개헌안이 거꾸로 산업현장에서 노사 간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청년실업이나 높은 실업률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노동시장 경직성이 (개헌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헌법에 노동3권을 규정하면 하위 법령이나 시행규칙 등으로도 규제가 확산돼 기업 입장에서 고용에 대한 큰 부담을 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부과한 내용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보수야당과 기업은 획일적 동일노동가치 평가가 창의성을 저하하고 역행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가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노동의 가치를 획일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직종의 변화 속에서 창의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헌법에 직접고용 등 각 개별법에서 규정해야할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한 것도 논쟁거리다. 고용형태는 계약 주체가 결정하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인데 헌법에 명시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처사라는 의견이다. 헌법 개정을 통해 고용형태까지 강제하면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규제가 많아져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소상공인과 소비자 권리 보장에 치우치면 기업의 정당한 이윤추구 의지가 꺾일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헌법에 정부의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기면 하위 법령 역시 규제 수준이 대폭 강화되는 방향으로 손질할 수밖에 없다. 수시로 급변하는 경제상황과 관련된 조항은 헌법이 아닌 법률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중견·중소기업계도 헌법에 노동자의 권리를 명시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부 법령을 통해 규정할 수 있는 내용을 최상위 법령인 헌법에 넣는 것은 기업 경영 활동에 각종 규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중견기업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도 국회 합의에만 5년여가 걸릴 정도로 첨예한 사안”이라면서 “헌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덕적, 당위적 명분만을 앞세워 급격하게 노동자 권리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은 결국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단초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 권리만 강화하는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현행 헌법에도 중소기업과 관련한 조항은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는 내용 외에는 담겨있지 않다”며 “경제 주체인 중소기업 관련 내용을 명시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노동자 권익 강화는 현장에서 각종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본권 분야 헌법개정안의 주요내용

[자료:청와대]

[대통령 개헌안 발표] 노동권 강화에 방점 찍은 개헌…기업 부담 가중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