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점이 당초 알려진 21일에서 이달 말로 미뤄질 전망이다. 개헌안을 먼저 공개한 후 시차를 두고 발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6·13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21일을 예상했지만 대통령 결단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야당과의 논의를 위해 발의 시점을 26일로 미뤄줄 것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18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막바지 최종 정리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라면서도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지만 21일 발의할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간 거론된 '3월 21일'에 대해선 “확정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면서 “다만 날짜를 바로잡으면 또 다른 혼선을 불러일으킬 것이 우려돼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이 개헌안을 내면 20일 이상 공고하고, 국회는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의결하도록 돼 있다. 국회 개헌안 의결 직후 치러질 국민투표는 국민투표법상 18일 이상 공고하도록 돼 있는 만큼 행정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최소 80일 가량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22일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 나선다. 청와대는 21일 정부 개헌안을 우선 발표하고 순방이 끝나는 28일 이후 발의하는 수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개헌안이 확정되면 바로 발의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개헌안 내용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해외순방 이전에 공식 발표가 있고 순방이 끝난 뒤 발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임박하면서 여야 갈등도 고조됐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 후 국회 처리절차가 필요하지만 야 4당 모두 반대 입장이다.
제1 야당인 한국당은 '6월 개헌 합의'를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국회) 개헌안을 여야 합의로 6월까지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분권(형) 대통령과 책임총리제를 통해 이번 개헌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반드시 종식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은 야당을 공격하기 위한 비현실적 위장 개헌공세를 멈추고 손을 떼기 바란다”고 주장하며 대정부 공세를 이어갔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 개헌안 발의 연기론이 나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21일 예정된 개헌 발의를 26일로 미뤄줄 것을 문 대통령께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에도 15개월간 개헌특위 논의를 마무리하고 원내대표와 간사 간 머리를 맞대도록 간곡히 요청한다”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대선) 후보가 올해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은 개헌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가 느닷없이 6월까지 개헌안을 합의하자고 하는데, 이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로 대단히 실망”이라고 비판했다.
개헌으로 국회와의 갈등이 깊어지면 정부 발의를 앞두고 있는 4조원 규모 청년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의결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