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업계가 어수선하다. 올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재산정을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신규 사업 개시 시점을 두고 눈치작전을 펼치는 모습도 나온다. 가중치 재산정에 따라 2020년까지 국내 신재생에너지원별로 희비가 갈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REC 가중치 발표가 임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에 공청회를 열고 REC 가중치를 고시할 계획이다. 관련 연구 용역은 마무리된 상태다. 산업부는 신재생 원별 가중치 수정안을 놓고 최종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예정된 일정은 지났다. 이번 REC 가중치는 2018~2020년 3년 동안 신재생 시장을 이끌어 갈 지표다. 당초 지난해 말에 결정하려 했지만 지연됐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에 이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발표가 연말로 몰리면서 이제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신재생 업계는 정부가 일정을 서둘러 주길 바랐다. 업계는 REC 가중치 재산정 작업이 미뤄지면서 신규 사업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가중치 5.0과 풍력 연계 ESS 가중치 4.5는 올해 6월 30일까지 적용이 유예된 상태다. 상반기 안에 새로운 가중치가 나오지 않으면 신재생 사업의 수익 기준표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계획이라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을 위해서도 REC 가중치의 빠른 확정이 필요하다. 가중치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사업 수익성은 크게 바뀐다. 가중치 확정이 늦어지면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업 지연 현상이 장기화된다.
실제로 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사업은 준비하지 않는 분위기다. 소규모 태양광 위주로 사업을 전개한다. 분위기를 관망하면서 REC 가중치가 결정되는 순간 사업 추진 여부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신재생 자원은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연료전지, 조력, 석탄가스화(IGCC), 부생가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조력과 IGCC는 추가 사업이 나오지 않고, 연료전지 시장도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2년부터 신재생 공급의무화제도(RPS)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국내 신재생 산업은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로 주력 분야가 정리됐다.
REC 가중치 재산정의 핵심도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가중치가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로 모아진다. 기본 방침은 정해졌다. 산업부는 지난해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하면서 폐기물과 바이오매스 계열 설비의 REC 가중치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기준과 국내 여건 등을 감안해 비재생 폐기물을 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정부가 '신재생'에서 바이오매스와 연료전지 등 연소계 발전원을 의미하는 '신'을 빼고 '재생에너지 3020'을 계획명으로 정한 것에서도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알 수 있다.
태양광 부문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태양광발전이 지난해부터 도입한 '장기고정가격입찰제도' 등을 통해 가중치 변동 없이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태양광업계는 3㎿ 이상 대형 태양광발전소에 가중치가 '0.7'로 낮게 설정된 부분은 안 돼도 '1.0'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달성하려면 태양광발전소 보급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대형 발전소에 상대성 페널티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연간 1GW 수준인 태양광 보급량을 2~3GW로 늘리려면 대형 태양광발전소 규제인 가중치를 조정, 규모에 따른 불리함을 없애 줘야 한다.
대형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수 있음에도 가중치를 더 받기 위해 소형 발전소를 여러 개 짓는 불합리한 상황 개선이 시급하다. 발전소를 크게 지어야 발전 단가가 내려가고, 대체로 저렴한 태양광 전력이 확보된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볼 때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그동안 소형 태양광발전 확산에 초점을 맞춘 REC 가중치의 설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라 할 수 있다.
풍력업계는 정부의 해상풍력 가중치 '3.0' 설정 검토에는 긍정하는 분위기다. 가중치 3.0 정도면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 어느 정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풍력업계 현안은 환경부가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육상풍력발전소 건설 금지 방침을 수립함에 따라 2등급지 등 풍황이 다소 불리한 곳에 발전소를 건설했을 때 부족한 경제성을 보완해 주는 부분이다. 풍력업계는 환경성을 고려, 바람이 적은 곳에 발전소를 건설하면 REC 가중치를 1.2~1.5 정도로 상향 조정해서 줄어드는 경제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변수는 바이오매스다. 이미 정부가 수술을 예고한 만큼 가중치 축소는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지금 관심은 축소 수준이다. 설비 종류, 연료 사용 방식별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가 주목된다.
올해 초만 해도 '대폭 축소' 의견이 다수였다. 신규 바이오매스와 연료를 혼합 발전하는 '혼소'에는 부정 전망이 많았다.
최근에는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늘고 있다. 가중치 축소는 피하기 어렵지만 다수 발전사업자가 바이오매스에 많이 의존도 하는 만큼 한 번에 과도한 정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 대신 신규와 기존 바이오매스 시설 간 가중치 차별, 혼소 발전 손질은 정해진 순서로 여겨진다.
고형폐기물(SRF)은 지난해 12월 손금주 의원(무소속)이 발의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플라스틱 등 비재생폐기물로 생산된 폐기물 자원에 대해 REC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산업부 역시 SRF는 법안 결과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8일 “REC 가중치 재산정 작업에서의 큰 변화는 바이오매스 분야 재조정”이라면서 “해상풍력 등은 산업계 요구에 따라 가중치 확대를 검토하고, 태양광과 연료전지 가중치는 소폭 조정 또는 유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