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데이터 신뢰'와 '린스타트업'으로 AI혁신 이끈다

2016년 3월, 인공지능(AI)이 바둑 대국에서 인간을 상대로 대승한 '알파고 충격' 이후 2년이 흘렀다. 우리 사회 곳곳에 AI가 스며들었다. 기업은 스피커부터 챗봇,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AI 서비스와 기술을 개발하고 선보였다. AI 인식은 높아졌지만 숙제는 남았다. 지난 2년간 AI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전문가 진단이 필요하다.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는 AI 밑거름이 되는 데이터 중요성과 린스타트업(작은 부분부터 빨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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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정 한국IBM 전무

◇하기정 한국IBM 전무 “AI 핵심 데이터, 기업간 신뢰 확보가 열쇠”

“2년 전 알파고가 처음 주목 받았을 때 AI가 무엇인지 문의가 많았다. 단순 문의가 아니라 AI를 실제 도입해 사용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점이 2년 새 변화된 모습이다.”

하기정 한국IBM 전무는 지난 2년간 AI를 도입·사용하는 국내 기업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국IBM은 금융, 유통, 헬스케어 등 주요 산업에서 30여개 AI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근 건설, 제조업까지 AI 도입이 확대됐다.

국내는 AI 가운데 챗봇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챗봇이 사람을 대신해 고객 질문에 응답한다. 챗봇은 초기 도입이 쉽고 서비스 출시가 빠르다. 하 전무는 “챗봇은 AI를 처음 도입하는 기업이 작게 시작해 보는 대표 서비스”라면서 “챗봇을 시작으로 기업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분야에 AI를 적용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I 핵심으로 '데이터'가 주목받는다. 세계 정보 가운데 검색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는 20%에 불과하다. 80% 정보는 기업 내 있다. 기업은 데이터를 어떻게 정제해 기업 가치로 키울지 고민해야 한다. 하 전무는 “금융, 의료 등 산업별로 특화되고 전문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빅데이터가 아니더라도 기업만 확보 가능한 전문 데이터를 보유한다면 이를 AI로 활용해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신뢰'다. 기업이 내부 데이터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IBM 등 외부 전문가와 협업한다. 금융권처럼 고객 민감 데이터를 다룰 경우 신뢰 기반 없이 협업이 불가능하다. 하 전무는 “IBM은 '왓슨 데이터 정책'을 만들어 IBM이 지켜야 할 원칙을 정의하고 이에 맞춰 모든 제품을 개발한다”면서 “신뢰 기반 없이 기업 내 데이터를 정제, 가공하는 것은 어렵다”며 신뢰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도 국내 AI 관련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된다. 성공한 AI 프로젝트는 공통점이 있다. 하 전무는 “프로젝트 시작 시점부터 업을 잘 아는 현업이 참여해야 한다”면서 “작은 프로젝트를 먼저 시작해보는 '스타트 스몰'이 가능한 조직 환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 전무는 “하나의 프로젝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AI 프로젝트가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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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탁 서울대 교수

◇장병탁 서울대 교수, “AI 프로젝트, '린스타트업'으로 시도해야”

“AI는 린스타트업이 중요하다. 일단 작은 프로젝트라도 만들어 빨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AI 이해력도 높아진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장 교수는 2년간 국내 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시행착오를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국내는 여전히 제조업 사고에 갇혀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라면서 “뭐든 빨리 시작해야 내부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다”며 AI 프로젝트를 작게라도 먼저 시작해보길 권했다. 이어 장 교수는 “기존 내부 조직으로는 변하기 어렵다”면서 “AI나 SW관련 부서를 만들어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대표 기술 머신러닝이 끊임없이 발전한다. 지난해 알파고 제로는 스스로 바둑을 터득해 창의적 수를 둬 업계를 놀라게 했다. 장 교수는 머신러닝 분야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 머신러닝은 정형 데이터 등 기업이 쌓아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수준이었다”면서 “앞으로 데이터는 음성, 영상 등 사물인터넷(IoT) 센싱 기술로 확보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 예측하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IoT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로봇”이라면서 “로봇이 돌아다니며 확보한 데이터가 과거 데이터와 결합했을 때 이전과 다른 폭발적 머신러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올해부터 AI 교양과목을 처음 개설했다. 컴퓨터공학 외 다양한 학과 학생들에게 AI를 지도한다. 음대, 법대 등 AI와 연관성 적은 학과 학생들이 수강신청했다. 장 교수는 “앞으로 AI라는 말을 사용 안할 만큼 AI는 모든 곳에 녹아든 기술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AI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차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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