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지사 후보가 6·13 지방선거를 100일 앞두고 4차 산업혁명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지역 미래 먹거리 발굴 차원이지만 세부 시행계획이 없어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상화폐'라는 특정 분야 공약을 쏟아내 2030세대를 겨냥한 '핀셋' 공약 지적도 일고 있다. 껍데기 공약에 그치지 않기 위해 정책 구체화·정교화 작업이 절실하다.
전자신문이 4일 현재 17개 시·도지사 예비후보 등록자와 출마 계획을 밝힌 69명의 후보 정책 비전을 비교·분석한 결과 22명(31.8%)이 4차 산업혁명 관련 내용을 공약 또는 비전에 담았다. 세 명 중 한 명은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보였다. 각 후보가 추가 발표할 공약과 비전을 감안하면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공통 간판 공약은 '4차 산업혁명 선도 도시 구현'과 '가상화폐·블록체인 기술 활용' 등이다. 지역 산업 고도화, 신산업 창출, 일자리 공약 등과 연계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을 '스마트시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울코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은 서울시민이 탄소배출권을 가상화폐 형태로 거래하는 '환경코인' 구상을 내놨다. 부산시장 예비후보 박민식 자유한국당 전 의원은 '부산코인(B-코인)'을 만들어 부산을 블록체인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부산시장에 도전하는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도 블록체인 등을 활용해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대전 시장에 나선 남충희 바른미래당 대전시당 공동대표는 '4차 산업혁명 모범도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세부 액션 플랜은 없다. 제조 산업의 스마트화, 혁신 일자리 창출 등을 청사진으로 내걸었지만 '어떻게(How)'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상화폐 공약도 시류에 편승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를 놓고 젊은 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자 이들 표심을 노린 공약으로 읽힌다. 젊은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 경남·부산 등 지역 후보군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공약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창업혁신생태계' 조성 공약도 이어지고 있지만 '청년창업클러스터' '한국의 실리콘밸리' 조성 등 재탕·삼탕 공약이 많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공약 대부분이 원론적 수준이다. 방향이 맞더라도 추진 로드맵이 되기 어렵다”면서 “보여주기식 공약보다는 실천 중심, 짜깁기식 보다는 비전이 있고, 각 지역에 맞는 로드맵과 계획을 고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