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가 고속 D램 제품군인 고대역폭메모리2(HBM2) 출하 증가에 따른 수혜를 받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20일 SK하이닉스에 450억원 규모로 3D 실리콘관통전극(TSV) 듀얼 스태킹 서멀컴프레션(TC) 본더 장비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1월 3일 247억9400만원, 지난 19일 200억2000만원 규모로 두 차례에 나눠 수주 공시를 냈다. 450억원은 2016년 매출액의 약 2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신규 장비로 올린 매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미반도체의 듀얼 TC 본더는 SK하이닉스와 장기간 공동으로 개발한 장비다. 지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장비는 인공지능(AI)을 구현하기 위한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그래픽처리장치(GPU), 고성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에 탑재되는 고속 HBM2 메모리 생산에 활용된다. HBM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쌓고 TSV 기술로 각 칩을 연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신형 HBM2의 속도는 고속 그래픽메모리인 GDDR5와 비교했을 때 8배 이상 빠르고 소비전력도 40% 가량 적다. 최근 수요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어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계가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추가 수주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HBM의 핵심 공정인 TSV는 칩에 매우 미세한 구멍을 다량 뚫고, 동일 칩을 수직으로 적층한 뒤 구멍 속을 구리로 채워 전극을 형성하는 적층 기법이다. 한미반도체 듀얼 TC 본더는 구멍을 뚫은 개별 칩을 열로 압착(서멀컴프레션)해 정밀하게 쌓는 역할을 한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3D TSV 듀얼 스태킹 TC 본더는 두 개의 본딩 헤드를 통해 기존 경쟁사 장비 대비 생산성 2배, 장비 소형화, 초정밀도 본딩을 모두 만족시키는 세계 최초 장비”라면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초고용량 서버용 칩, 비트코인 채굴,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GPU와 CPU 생산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반도체는 3D TSV 듀얼 스태킹 TC 본더 장비 외 올해 출시 20주년을 맞는 비전 플레이스먼트 장비의 판매도 견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비는 반도체 패키지 세척, 건조, 검사, 선별 공정을 수행한다. 한미반도체 비전 플레이스먼트 장비는 관련 장비 분야 시장 점유율 1위다. 이외에도 전자파간섭(EMI) 차폐 장비 등에 관한 출하 전망도 좋다. 증권가는 한미반도체가 올해 사상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반도체는 주문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 중으로 기존 3공장 내 신규 클린룸을 완공해 장비 생산량을 늘린다. 4공장도 준비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초 인천 가좌동 본사 인근에 3000평 규모 신규 부지를 141억원에 확보했다. 3월께 착공하고 연말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