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에게 듣는다]<2>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

“4차 산업혁명 시대,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죠.”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는 “핀란드는 어려서부터 혁신을 가르친다”며 핀란드 경쟁력으로 '교육'을 첫 손에 꼽았다.

핀란드 교육은 주입식이 아닌 토론식으로 이뤄진다.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립심이 길러진다.

한 예로 핀란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혼자 밥을 먹는다. 부모가 먹이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

수오미넨 대사는 “핀란드는 복지 제도를 잘 갖추고 있지만, 독립적이지 못하면 부끄럽도록 교육한다”면서 “자립하려는 노력 없이 정부 지원에 기대는 무임승차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핀란드에서는 경쟁 개념도 다르다. 옆에 앉은 친구가 경쟁 대상이 아니다. 바로 자신이다. 스스로 역량을 키우도록 유도한다.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맞게 소프트웨어(SW) 교육도 확대했다. 국민 80% 이상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핀란드TV에서 영어권 방송 콘텐츠는 더빙이나 자막이 없을 정도다.

수오미넨 대사는 “핀란드에서 모든 교육은 무료”라면서 “박사과정까지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세가 되면 대부분 부모가 재정 지원을 끊어도 학위를 따는 게 가능한 이유다.

덕분에 핀란드 국민 대다수가 대학원까지 다닌다. 석사 학위 없으면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혼한 여성이 자녀를 낳아도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수오미넨 대사는 “핀란드에서는 사회 자체가 함께 교육을 지원한다”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다.

혁신이 몸에 밴 아이들은 외국어와 SW 교육이 더해져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낸다. 바로 스타트업이다. 2009년 전후 노키아 몰락으로 한 때 큰 위기를 겪었던 핀란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다. 2016년 기준 핀란드 스타트업 3분의 2가 설립된 지 3년 이내다. 20~30대가 대부분이다.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도 엔지니어 출신으로 IT기업 CEO를 지냈다.

수오미넨 대사는 “사회 안전망을 기반으로 핀란드 특유의 청년 주도 스타트업 문화가 꽃피고 있다”면서 “핀란드 청년은 어린 시절부터 학생회, 자원봉사 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만들어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하는 문화를 습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식 청년 주도 스타트업 창업 문화 대표 사례는 알토이에스(Aaltoes)다. 헬싱키 지역 대학생을 중심으로 2010년에 공식 출범한 비영리 창업 지원 단체다. 청년이 직접 운영하며, 스타트업 육성과 기업가 정신 교육, 멘토링 등을 주관한다.

매년 11월 핀란드에서 열리는 '슬러시(SLUSH)'는 '디스럽트'와 함께 세계 양대 스타트업 콘퍼런스로 꼽힌다.

수오미넨 대사는 “핀란드에서는 11월에 방문하는 사람은 미쳤다고 할 정도로 춥다”면서 “그럼에도 매년 11월은 스타트업 열기로 뜨겁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만 스타트업 2500여 개, 투자자 1500여 명이 모였다. 젊은이는 물론이고 40대 중년조차도 창업을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수오미넨 대사는 설명했다.

물론 핀란드도 한국처럼 청년 취업으로 고민이 많다. 실업률이 7%대다. 많은 청년들이 스타트업에 몰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재임기간 내 핀란드가 가진 장점을 한국에 알리는 게 목표다. 삼성이나 LG처럼 이미 핀란드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더 많은 기업이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수오미넨 대사는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핀란드는 바이오 기술, 스마트시티 등 우수한 기술과 디자인이 강점”이라면서 “한국과 핀란드 간 교류가 확대되도록 한국에 핀란드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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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핀란드 스타트업 투자 현황 (단위:100만유로)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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