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이프가드 발동]세탁기 세이프가드 충격…현지 공장 가동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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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전매장에 전시된 LG전자 세탁기.

미국 정부가 한국 세탁기에 대해 강력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면서 국내 전자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져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강력한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앞당기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최종 세이프가드 관세 수준을 미 무역위원회(ITC)가 권고한 두 가지 옵션 중 더 무거운 쪽으로 결정했다.

당초 한국은 120만대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기대했고, 한국산 세탁기도 예외로 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TRQ 물량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산 세탁기도 예외 없이 적용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앞서 ITC는 TRQ 물량을 120만대로 정하고, 향후 3년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첫해 관세 50%, 2년 차 45%, 3년 차 40%를 부과하도록 했다.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물리지 말자'는 의견과 '첫해 20%, 2년 차 18%, 3년 차 15% 물리자'는 의견으로 갈렸다.

미국 정부는 TRQ 물량과 초과분에 대한 관세율은 ITC 의견을 수용했고, TRQ 이내 물량에 대한 관세는 1년 차 20%, 2년 차 18%, 3년 차 16%로 정해 ITC 권고안보다 상향 조정했다.

업계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외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 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세이프가드 조치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미 세탁기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양사는 연간 약 300만대 가량을 미국에 수출해왔다. 앞으로 120만대까지는 20%, 그 이상은 50%의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

통관 가격에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이 20%까지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분을 전부 소비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어 회사도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판매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세탁기 부품에도 TRQ를 적용해 첫해는 쿼터를 5만개로 하고, 초과분에 대해 50% 관세를 물린다. 2년 차에는 쿼터 7만개에 초과분 관세 45%, 3년 차에는 쿼터 9만개에 초과분 관세 40%를 물리기로 했다. 쿼터 내 물량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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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가전공장 부지 전경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같은 미국 정부 조치에 아쉬움을 표하며,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 건설하는 공장 가동도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 세탁기의 혁신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원하는 미국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공장에서 12일부터 세탁기 생산을 시작했으며, 미국 소비자에게 차질없이 공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계획보다 한두 달가량 준공 시기를 앞당겼다. 공장을 풀가동해 연간 1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는 시점은 2020년으로 잡고 있다.

LG전자 역시 “미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되고, 지역경제 및 가전산업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LG전자는 미국 거래선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에 공급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판매를 확대해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세탁기 공장은 당초 내년 초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4분기부터 앞당겨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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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테네시 세탁기 생산공장 조감도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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