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G마켓과 옥션 상품 담당자들에게 새해 히트 예감 상품을 추천받았다. 대부분 개인 욕구가 크게 반영되고 당장의 만족도가 뚜렷한 제품들을 꼽았다. 편의를 강조한 소형 생활가전, 고가 취미용품, 건강과 편의를 강조한 식품 또는 평범하지만 편안함을 추구하는 놈코어 룩 등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해 2018년을 이끌어 갈 쇼핑 키워드로 '나심비'라는 신조어를 발표했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가격과 관계없이 과감히 지갑을 여는 소비 심리를 의미한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나 '가격 대비 만족'(가심비)처럼 '가격'에 무게를 둔 소비 행태와 상반된 개념이다.
대다수 사람이 좋은 평가를 내리는 '보편성', 제품 하나로 자신은 물론 가족 등 다른 사람까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합리성', 가격 경쟁력을 우선하는 '경제성'이 소비 과정에 크게 개입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비 패턴은 미래가 아닌 현재 자신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욜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벨' 트렌드 영향으로 지극히 개인 만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 트렌드 분석가로 유명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저성장 속에서 상대성 박탈감, 불안한 소속감, 과도한 경쟁 등으로 지쳐 있는 현대인이 심리 만족을 얻기 위한 소소한 소비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행위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이러한 소비 심리 변화는 가전제품을 비롯해 생활 및 식품, 패션까지 전 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전제품 부문에서는 일상생활 자동화에 따라 개인 시간을 효율 높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가 대표 사례다.
워라벨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여가 생활 지출은 지금보다 더 과감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수백만원대 고가 드론을 비롯해 영상물을 선호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세대를 기반으로 전문가 수준 스펙을 갖춘 액션캠 수요가 크게 늘 것이다.
먹거리에서는 맛보다 개인 건강과 편의를 강조한 웰빙 간편식, 고급 레스토랑 맛을 재현한 프리미엄 간편가정식(HMR), 식사 시간을 아끼면서 간단하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스무디 형태 음용식이 큰 인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 영역에서는 보여 주기 식 디자인보다는 개인 편의와 실속에 한층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본인의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패션 소품이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는 이 같은 소비 트렌드 흐름에 따라 고객의 변화를 주목, 움직여야 한다. 그동안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기능, 가격, 용량 등에만 매달린다면 똑똑해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뿐이다. 품질과 기능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를 감동시키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경험을 선물해야 한다.
또 소비자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이에 관해 어떤 보상 심리를 원하는지 파악하는 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 소비자의 감정 시그널을 얼마나 잘 읽고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열쇠다.
김소정 이베이코리아 마케팅 총괄 본부장 sjkim@eba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