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중견기업과 초(超)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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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 '히든챔피언'.

산업계 종사자라면 자주 듣는 낱말이다. 기술 경쟁력을 갖춘 알짜 중소·중견기업을 일컫는 용어다. 작지만 기술력을 갖췄고 경영 기반이 탄탄한 기업,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지속 성장까지 가능한 기업을 떠올리면 된다. 독일과 일본에서 자주 접하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인 기업이 대표 사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새로운 산업 정책 발표를 예고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정신이 없던 산업부가 문재인 정부 출범 7개월 만에 내세운 첫 정책이다. 관심을 가장 끄는 부분은 2022년까지 매출 1조원이 넘는 중견기업 80개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내부에선 '둘둘팔공(2280)'으로 불린다. 지금까지의 중견기업 대책과 다를 것이라며 지역순회 설명회도 계획하는 등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

과거 중견기업 육성 정책이 성과를 보이지 못한 데에는 지원과 별도로 회사가 성장할수록 가중되는 규제의 영향이 컸다. 일부 기업은 일부러 회사를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키우지 않기도 했다. '피터팬 신드롬'이다.

최근 국회는 초대기업의 법인세와 초고소득자의 소득세 인상을 통과시켰다. 세율 인상에 따른 영향 논란이 있다. 과표 기준으로 초대기업 기준은 3000억원 이상이다. 매출이 3000억원 넘는 기업을 '초(超)대기업'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초(超)'라는 접두어는 그 수준을 초월했다는 말이다. 과표 기준 매출 3000억원 기업에다 대기업을 초월했다는 규정을 할 수 있을까. 초대기업은 적어도 구글, 페이스북, 필립스, 삼성, LG 등이 아닐까.

국회와 정책 당국은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매출 3000억원은 초대기업이 아니라 이제 겨우 중소기업 수준에서 벗어난 '중견기업'이 아닐는지를. 잘해봐야 대기업 수준이 아닐까 여겨진다. 국회가 정한 과표 기준은 국제 기준을 의식한 것일까.

변명은 하겠지만 국회의 법인세 인상 대상은 '중견기업'이 분명하다. 중견기업, 이제 대기업 문턱에 들어선 기업이 국회로부터 '초대기업'으로 낙인찍었다. 매출 3000억원을 넘기면 과세 기준이 높아진다. 중견기업은 기업 분할, 매각 등 쉬운 선택을 할 수 있다. '피터팬 신드롬' 재현이 우려된다.

세상에 나올 '2280'은 지금까지 다른 중견기업 육성 대책이길 바란다. 이번 정부가 결코 반(反)기업 정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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