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 초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생산하는 신공장 A5(가칭)에 6세대 패널 월 3만장 생산설비를 투자한다. 업계에서 월 6만장, 최대 9만장 수준 투자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우선 3만장 규모로 시작한다. 내년 가을부터 장비 입고를 시작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공장 A5에서 생산할 6세대 플렉시블 OLED 첫 투자 규모를 월 3만장으로 확정했다. 설비 투자금은 약 4조원에서 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핵심 장비인 유기물 증착기는 이미 일본 캐논도키에 2대를 발주했다.
현재 A5 공장 건설은 땅을 고르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년 가을이면 1층에 장비를 입고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정이 진척될 것”이라고 전했다.
A5에 설치할 새로운 3만장 규모 생산라인은 애플이 아닌 삼성전자와 중국 고객사를 위한 설비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중국 고객사를 위해 A3에서 월 1만~2만장, A4(L7-1)에서 월 3만장 규모 생산능력을 갖췄다. A4 공장은 내년 초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A3에 갖춘 애플용 패널 생산능력은 월 10만5000장 규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공장 초기 투자 규모를 신중하게 저울질해왔다. LG디스플레이도 애플에 제품 공급을 준비 중이어서 추후 애플에 납품하는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데다 아이폰Ⅹ 시장 반응을 살펴야 해서 쉽게 투자 규모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번 3만장 투자가 애플이 아닌 삼성전자와 중국 고객사용 설비임을 감안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 설비에서 애플의 2018년 생산 물량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내년 플렉시블 OLED 패널을 사용한 아이폰을 기존 아이폰보다 더 커진 5.85인치와 6.45인치의 2개 모델로 만들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플레이가 커지면 6세대 마더글라스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패널 수는 줄어든다.
6세대 마더글라스 1장에서 6인치 패널은 198개를 찍어낼 수 있지만 6.45인치는 대략 170장에 그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달부터 플렉시블 OLED 수율을 8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가정하면 내년 OLED 아이폰 물량 대부분을 혼자서 소화할 수 있다고 추산된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와 BOE가 양산을 시작한 만큼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격적인 선제 투자로 'OLED 치킨게임'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상당히 조심스럽게 수요 예측에 시간을 들이는 모습이다. 2019년부터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패널을 공급하면 삼성디스플레이 물량이 감소하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선제 투자보다는 최대한 공급량을 빠듯하게 유지해 단가를 계속 높게 형성시켜 유리한 입지를 점하려는 전략도 포함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는 내년 초 장비 발주가 시작된다고 예상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다.
다른 협력사 관계자는 “내년 초에 월 3만장 설비가 먼저 발주된 후 추가 발주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