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의 마지막 단추가 꿰졌다.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한 직후 국무회의를 열어 1기 내각 완성을 선포했다. 정부 출범 195일 만으로, 역대 정부의 초대 내각 구성에 걸린 최장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이처럼 '지각 내각'이 된 것을 두고 청와대는 그동안 인수위 없이 출범한 준비의 한계와 여소야대 조건을 들어 불가피성을 설명해 왔다. 그러나 굳이 야당 주장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일곱 명이나 되는 차관급 이상 낙마자를 목도하면서 국민은 현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과 인력풀의 근본에 한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정치 공세라거나 인간 실수라고 둘러대는 것 자체가 오히려 스스로를 옹색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날 초대 내각 완성에 부쳐 문 대통령은 “갈 길이 아주 바쁘다”고 했다. 상황의 불가피성을 내세워 야당이 반대해 온 홍 장관의 임명을 '바쁘니까 일단 차에 올라타서 이야기하자'로 정리했다. 예산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통째로 넘겨줄지도 모르지만 나름대로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여야는 다음달 1일까지를 법정 시한으로 두고 예산 줄다리기를 벌인다. 물론 최근 수년째 법정시한을 한 번도 지킨 적이 없으니 시한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날 완성된 내각은 여당과 짝을 이뤄 야당과 주요 분야의 증액·감액 전쟁을 펼쳐야 할 임무를 졌다. 어쩌면 바쁘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은 내년도 예산과 맞물려 있다. 429조원을 나누고 쓸 문재인 정부의 공식 재정 집행 첫 해가 이번 예산 통과로 시작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지각 내각'의 또 다른 이름은 문 정부의 예산특공대라 할 수 있다.
내각은 예산 출납을 담당한다. 내각이 돈을 제대로 잘 풀면 나라가 흥하고, 그 반대면 망한다. 내년이 문 대통령 바람대로 '중소·벤처 중심의 혁신 성장'으로 전진하는 한 해가 되려면 돈도 그 방향에 충실하게 쓰여야 한다. 정치 '거래'로 이뤄진 예산 집행은 필연으로 국민과 기업을 소외시킬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