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중국은 수율의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한국 패널 제조사는 암점(어두운 픽셀)이 한두 개만 있어도 내놓지 못하는데 중국은 한국에서 못 파는 수준의 제품까지 다 팔기 때문이죠. 이런 점을 고려하면 중국 수율은 100%인 셈입니다.”(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중국 BOE의 행보가 디스플레이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달 말 마침내 6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양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BOE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이 됐다. BOE는 올해 세계 1위 LCD 업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BOE가 이제는 OLED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플렉시블 OLED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주류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도 늘어나는 시장 수요를 겨냥해 10조원 투자에 착수하는 등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BOE의 OLED 양산은 한국 산업계가 추격을 당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BOE는 지난달 26일 가진 양산 기념식에서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과 맺은 공급 계약 사실을 공개하며 자사의 양산이 과장된 게 아님을 강조했다.
사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그동안 BOE 기술 수준에 의구심이 많았다. 심지어 BOE 거래처조차도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있은 게 사실이다. 업계에선 “QHD OLED 수율은 1%, FHD가 10%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정보가 사실이라 해도 우리 업계가 안심할 수 있는 일일까, 안심해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에 앞서 업계 관계자의 지적처럼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수율은 큰 의미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품질 기준이 우리나라와 다를 뿐 그들에겐 어떤 제품이든 소화할 수 있는 큰 시장이 자국 내에 있다. 이는 곧 기업에 다시 품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해 경쟁력 강화의 발판이 된다. 불량품에서 제품 개선, 그리고 기술 추가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금방 만들어지는 셈이다.
BOE 행보는 그래서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면서 기술과 품질을 대외로 인정 받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이 사실상 독주하던 시장에 중국이 가세하면서 시장 경쟁은 심화되고, 한국 산업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3대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를 공급 받아 폰을 제조했지만 BOE 패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양산 기념식에서 BOE는 애플 아이폰X 디자인을 닮은 OLED도 전시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아이폰X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 애플은 삼성 OLED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BOE와 협의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동안 OLED는 우리 기업이 선도, 중국과 3~5년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BOE 플렉시블 OLED 양산으로 다시 냉정한 진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