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우리나라 수출 일등공신인 반도체 산업을 겨냥했다. 미국 통상압박 불똥이 반도체 산업으로 향한 모양새다.
5일 ITC에 따르면 ITC는 지난 31일 특정 웨이퍼레벨패키징(WLP) 반도체 기기·부품과 해당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 반도체 패키징시스템 기업 테세라가 삼성전자가 WLP 기술 관련 미국 특허 2건(특허 번호 6,954,001 및 6,784,557)을 침해했다며 지난 9월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 테세라는 삼성전자와 일부 자회사가 반도체 공정, 본딩, 패키징 기술, 이미징 기술 등과 관련된 24개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ITC, 연방지방법원 3곳, 일부 국제재판소 등에 제소했다.
WLP는 웨이퍼를 개별 칩 단위로 절단해 패키징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패키징을 간소화해 웨이퍼 단계에서 반도체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완제품 부피를 줄일 수 있다.
테세라는 ITC에 자사 특허를 침해한 삼성 반도체 제품은 물론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수입금지와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테세라는 삼성전자 갤럭시 S8과 노트8에 탑재된 전력반도체(PMIC) 칩을 특허침해 사례로 명시했다.
ITC는 아직 이번 사건 쟁점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을 담당할 행정법 판사를 배정하고 조사 개시 45일 이내에 조사 마무리 시한 등 조사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ITC는 관세법 337조에 따라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의 수입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2013년에는 삼성전자 제품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 판정하고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탭 등 해당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 내 수입·판매를 금지한 적이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넷리스트도 지난달 31일 ITC에 SK하이닉스 메모리 모듈 제품이 넷리스트 미국 특허(특허 번호 9,606,907 및 9,535,623)를 침해했다며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ITC는 아직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