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용퇴를 선언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는 권 부회장이 삼성 경영 쇄신을 위해 큰 결단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후속 인사와 조직개편에도 관심이 쏠렸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퇴진을 선언한 것이라 주목된다.
권 부회장은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급격하게 변하는 IT 산업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에게 사퇴결심을 전하고 이해를 구할 예정이며, 후임자도 추천할 계획이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평소 주변에 세대교체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IT산업 빠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후배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논지였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혼란에 빠진 삼성전자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도 용퇴 시점을 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쇄신이 필요한데, 여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용퇴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후속 인사 파장이 상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 역시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의 실적을 내는 가운데 용퇴를 발표하면서 시장에 주는 충격도 완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고, 4분기에는 16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실적 상승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