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탐방]<4>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대용량데이터허브실

농구 코트만한 공간. 양쪽 벽면에 벽시계가 마주 보고 걸려 있는 광경이 특이했다. 어느 위치에서라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의 대용량데이터허브실이다. 이 곳에서는 그만큼 '시간'이 중요하다. 국내·외 가속기와 대형 검출기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분량의 실험 빅데이터를 관리하면서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에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힉스 입자 발견, 중력파 검출과 같은 거대 연구 성과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데이터를 여러 기관이 함께 살피면서 나왔다.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면밀하게 시간 관리를 해야 하는 곳이 바로 이 곳의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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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언 KISTI 대용량데이터허브실 박사가 커피로 잠을 쫓으며 외부 연구기관에 제공할 연구 빅데이터 전달 체계를 살피고 있다.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ALICE 실험, 미국의 LIGO 실험, 국내 중성미자 검출 실험인 RENO 등 다양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관과 소통하다보니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눈코 뜰 새 없이 보내야 하는 바쁜 날이 많습니다. ”

이 곳이 어떤 기능을 하는 곳인지 설명하는 노서영 대용량데이터허브실장의 어깨 너머로 잠이 부족한 듯 부스스한 얼굴의 한 연구원이 눈에 들어온다. 안상언 박사다. 그는 지난 밤 11시부터 이어진 '컨퍼런스 콜' 뒷정리를 하느라 잠을 못잤다고 한다. 모니터 옆에 걸린 일정표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모두 그가 해야 할 업무다.

대용량데이터허브실 입구에는 커피메이커가 3대나 놓여 있다. 이 방에서 근무하는 연구원 14명이 사용하는 커피 머신이다. 모두들 커피 귀신인가 싶을 정도로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한다. 이들의 책상 위에는 여지없이 대형 머그잔과 텀블러가 놓여있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과정에 자그마한 장애라도 발생하면 이 곳에는 휴일도 없다. 작년 추석에는 갑작스런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대구에 있던 담당자는 만사를 제쳐두고 뛰어와야 했다. 안 박사는 “한 밤중에도 문제가 생길지 몰라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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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데이터허브실 소속 연구원은 수시로 전산실을 찾아 데이터 오류가 없는지 살핀다. 24도를 유지하는 전산실 내부 온도 탓에 바깥 날씨와 상관없이 두꺼운 점퍼를 입니다.

대용량데이터허브실은 본관 제2 전산실로 이어진다. 그런데, 들어서자 마자 싸늘한 냉기가 다가온다. 연구원들은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다. 56개의 렉을 가득 채운 서버가 내뿜는 열기를 잡기 위해 가동하는 쿨링 시스템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서버입니다. 연구원 3명이 같은 건물에 있는 기숙사에서 먹고 자면서 수시로 관리하고 있어요.”

노서영 실장은 대용량데이터허브실 연구원들이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이유를 '사명감'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이 곳은 CERN으로부터 세계에서 11번째로 최상위 데이터센터(Tier-1) 지위를 인정받을 정도로 위상이 높은 곳이다. 과학기술의 저변을 넓힐 연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자부심도 대단했다.

“여느 출연연 연구자들이 그렇듯 우리도 현실적인 부분보다 이상과 꿈에 몸 바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연구활동에 보탬이 되면 그뿐입니다.” 연구원들의 일상을 대변하듯 던진 노 실장의 말이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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