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업계 덮친 하모닉드라이브 대란 "부품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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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닉드라이브(자료 : 하모닉드라이브)

국내 로봇업계가 감속기 품귀현상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핵심 부품이 부족해 제품을 제때 생산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로봇 핵심 부품 '하모닉드라이브'가 수요 폭증에 따른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하모닉드라이브는 감속기 일종이다.

감속기란 모터 속도를 제어해 로봇 힘을 조절하는 부품이다. 로봇 움직임과 직접 연관돼 핵심 부품 중 하나에 속한다. 감속기가 필요한 이유는 모터 속도는 줄이면서 힘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로봇용 감속기 중 가장 대중화된 부품이 미국 하모닉드라이브가 개발한 감속기다. 10년 이상 사용되는 부품으로 인지도가 가장 높다. 하모닉드라이브라는 제품명은 현재 업계에서 부품을 통칭하는 대명사로 불릴 정도다.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면서 고하중도 견뎌야 하는 산업용 로봇에 주로 사용된다.

하모닉드라이브를 애용하는 이유는 다른 감속기보다 백래시 현상이 적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백래시란 기어가 맞물렸을 때 발생하는 틈새를 뜻한다. 하모닉드라이브는 백래시 현상을 크게 줄인 제로 백래시로 유명하다. 다른 감속기와 다르게 기어 변환 원리가 단순해 작은 크기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하모닉드라이브가 세계 로봇수요 폭증으로 공급부족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하모닉드라이브뿐만 아니라 서브모터 등 다른 로봇 핵심 부품에서도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배경으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호황에 맞춰 로봇장비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유례없는 수요 증가로 하모닉드라이브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모닉드라이브 부족 현상은 올해 초부터 가시화됐다. 이와 같은 문제가 업계 전반에 퍼져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로봇기업 관계자는 “하모닉드라이브를 한번 주문하면 실제 납품까지 한 달 이상부터 길게는 6개월가량 걸리기도 한다”면서 “대체 부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고객사에서 하모닉드라이브 제품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로봇 부품이 전반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지만, 하모닉드라이브는 그 중에서도 구하기가 가장 힘들다”며 “부품 수급 차질로 고객사 신뢰에도 부정 영향을 끼쳐 실제 영업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단일 공급사 체제로 대체 공급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하모닉드라이브 기본 특허 만료로 국내에서도 극소수 기업이 하모닉드라이브를 양산,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쌓인 하모닉드라이브 아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국내 로봇 부품 생태계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김주한 전자부품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산 감속기가 존재하지만 정밀도와 내구성 검증을 더 해나가야 한다”면서 “하모닉드라이브 관련 정부 개발 과제가 초도 개발품 위주로 지원되다 보니 내구성이나 양산성 관련 기술력은 선진국보다 부족하다. 이런 기술을 확보해야 외국산 부품과 본격 경쟁할 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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