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에 전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냈다. 그래핀을 이용한 웨어러블, 플렉서블 소자 개발이 크게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텍은 조길원 화학공학과 교수팀이 그래핀을 버널 적층 형태의 다층으로 합성하고 밴드갭을 만들어 그래핀과 기존 소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로 주로 쓰이는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빨리 이동시킨다.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최고 열전도성을 띠는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전도성이 높다. 투명하고 신축성도 뛰어나 전자소자로서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문제는 그래핀에는 전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성질인 밴드갭이 없다는 점이다. 전류를 원하는 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전자 소자로서의 가치가 없다.
반도체 소자들은 전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전자 유무에 따른 밴드갭 공간이 적당히 있어 열, 빛, 전기 작용 등을 통해 전기를 통하게 하거나 통하지 않게 하는 성질을 지닌다.
그러나 그래핀은 밴드갭이 없어 전류를 전혀 조절하지 못했다. 조길원 교수팀은 외부 전기장에 의해 변화하는 밴드갭을 갖는 버널 적층된 그래핀 구조에 주목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화학기상증착법으로 그래핀을 만들어서 구조가 제어된 여러 층의 그래핀을 만들 수 없었다.
연구팀은 구리 기판 뒤에 얇게 니켈 박막을 붙인 촉매로 밴드갭을 제어할 수 있는 다층 그래핀을 만들었다. 이 방법을 사용, 그래핀의 층수도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흔히 사용하는 웨이퍼 면적으로 합성했을 때도 균일도가 96.3%로 높아 상용화 가능성도 한층 높였다.
조 교수는 “밴드갭이 제어된 다층 그래핀 합성 기술은 상용화에 직결되는 중요한 원천 기술”이라면서 “이번 연구는 그래핀을 이용한 플렉시블 전자 소자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