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달 궤도선 발사 사업이 2년 연기된다. 뒤이어 추진할 달 착륙선 발사까지 달 탐사 사업 전반이 무더기 연기될 전망이다. 애초 정부가 무리한 개발 일정을 강행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국가우주위원회를 열어 '달 탐사 1단계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의 달 궤도선 발사가 2018년에서 2020년으로 미뤄진다.
달 탐사 1단계 사업은 국제 협력으로 시험용 달 궤도선을 개발, 발사하는 게 목표였다. 지난해 개발에 착수, 내년에 발사하기로 했다. 1978억원이 소요된다.
정부는 1단계 사업 계획을 점검한 후 무리한 일정이라고 판단했다.
1차년도 현황 점검부터 2018년 발사는 어렵다는 연구 현장 의견이 제기됐다. 부품 개발, 조립 시험 소요 기간이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문가점검위원회를 구성, 지난 4월까지 개발 현황과 위험 요인을 점검했다.
궤도선 시스템 및 본체 중량이 목표 중량을 100㎏이나 초과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임무 설계 보완, 경량화 재설계를 통해 해결했지만 3개월이 지연됐다. 대용량 추진시스템, 경량 본체 전장품 등 신규 개발부품 개발 일정도 촉박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개발 난도도 높아졌다. 임무 수명은 기존 3개월에서 1년으로, 탑재체는 4개에서 6개로 늘었다. 기능 검증과 우주 환경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추가 개발이 필요하고 조립·시험 기간도 연장해야 했다.
배태민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촉박한 일정에 맞춰 개발하기보다는 충분한 설계 보완, 기능 점검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우주 활동 영역을 넓히는 첫 걸음인 만큼 우리나라 달 궤도선이 국민의 꿈과 희망을 안고 달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2018년 발사가 무리한 일정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달 탐사 핵심 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2020년 달 착륙선 착륙을 밀어붙였다. 달 궤도선을 3년 만에 개발하는 일정이다. 이는 보통의 위성 개발 기간(5~8년)에도 못 미친다.
결국 항공우주연구원 등 연구 현장이 이를 소화하지 못했고, 현 정부에서 연기 사태를 맞게 됐다. 당초 정부는 1단계 사업에 이어 2020년 달 착륙선을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2020년에야 달 궤도선을 발사하게 되면서 '2020년 달 탐사' 구상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
과기정통부는 1단계 사업 연기에 따라 2단계 착수 여부와 추진 시기를 종합 검토하기로 했다. 달 탐사 2단계 사업과 한국형 발사체 사업 등 우주 탐사 계획은 연말 새로 수립할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반영된다.
개발 기간이 연장되면서 연구 현장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촉박한 개발 일정 때문에 해외에 의존했던 대용량 추진계도 자체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궤도선에 실을 카메라, 인터넷탑재체, 분광기, 자기장측정기 같은 탑재체도 늘었다. 탐사 임무 실효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현장 관계자는 “달 탐사 1단계 사업은 기술 개발 일정 상 연기가 타당하다”면서 “2018년 발사는 보여주기식 목표가 지나쳤고, 이번 조치로 계획에 내실을 기하는 것이 맞다”고 평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