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은 일반인이 만든 콘텐츠를 방송에 편성하는 것으로, 방송법상 KBS만 의무 사항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위성방송에는 권장 사항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시청자 방송 참여 활성화 정책은 항상 제자리걸음이었다.
디지털 기술 대중화와 지역 미디어센터 등 지원 시설의 전국 확대를 통해 방송 참여를 원하는 시청자의 수요가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후퇴의 연속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정책 활성화를 기대하게 하는 소식이 있다. 바로 지난달 1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국정 과제 가운데 70번째 과제다.
'전 국민 ?춤형 미디어 교육 실시 및 시청자의 방송 참여 확대'를 목표로 하는 70번 과제인 '미디어의 건강한 발전'의 주요 내용에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확대'가 명기돼 있다. 이는 지역미디어센터를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단체가 지난 10년 동안 지속 요구해 온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일상의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야 할 사회 요구에 부합한 정책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병행하지 않을 경우 '과제'는 또다시 과제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시청자가 제작한 영상 콘텐츠를 전달받은 방송사업자가 편성·송출하고 비용을 시청자에게 지급하는 것은 낡은 방식이다. 또 '소통하고 싶은 사람, 이를 지원하는 지원 기관, 편성·송출하는 채널' 등 지역 내 관련 주체 간 자원 공유와 협업 없이 개별 운영되거나 주민에 의해 지속해서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한 장기 전망 없이 운영되는 정책은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우려가 있는 반면에 방향과 과제를 포함하는 정책 사업 설계를 위한 밑천이 없지는 않다. 지난 정부의 정책 지체와 무관하게 민간과 사업자 간에 차분하게 의논하고 협력해 온 사례가 쌓여 왔다.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및 지역미디어센터와 티브로드가 협력해서 수년 동안 추진하고 있는 '주민의 방송 참여와 마을공동체 방송 활성화를 위한 우리동네TV'가 그것이다.
2015년 4월부터 5개월 동안 월 1~2회 소통과 협의의 시간을 거쳐 같은 해 9월부터 전주시민미디어센터와 티브로드 전주방송의 시범 사업인 '우리동네TV'를 시작했다. 이를 타 지역과 공유해서 서울 강북 지역(성북·도봉·노원·강북)의 '마을미디어TV', 대구의 '대구마을TV', 수원의 '동네방네TV' 등 네 곳으로 확대했다. 4개 프로그램은 모두 시청자가 기획하고 제작한다.
티브로드 지역 방송은 필요한 경우 스튜디오 제공과 편성·송출을 정기 지원한다. 또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시청자는 지역 케이블TV에 참여하고, 다시 지역·공동체의 마을공동체방송국의 운영 주체로 성장한다.
새 정부의 74번째 국정 과제는 '자치 분권 추진 혁신과 주민 참여 실질화'이며,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광화문 대통령'이 5번째 과제다.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 문화 시대'와 '국민 주권 개헌 및 국민 참여 정치 개혁'이 각각 67번째, 7번째 과제다. 이들 과제 모두 70번째 과제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
주민 참여에 기반을 둔 자치 분권 사회, 일상의 문화와 스토리로 지역·공동체 문제에 관해 주민들이 발언하고 이를 경청하는 사회의 토대인 민주 미디어를 만드는 것이 바로 '미디어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70번째 국정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 실천 방안에는 지역 분권, 주민 참여의 기반인 지역 미디어로서 잠재력이 있는 케이블TV의 역할 인식과 정책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장 reunion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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