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한·독 정상, "근원적인 비핵화 추진…에너지 등 경제협력 강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이어 유럽의 강국 독일에서 '북핵 외교' 지평을 넓혔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독일 순방 첫 일정으로 5일(현지시간) 베를린 연방총리실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과감하고 근원적인 비핵화'를 추구하는 데 뜻을 같이하고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양국 경제정책 노하우를 공유하고 4차 산업혁명 대응, 중소기업 육성, 신재생 에너지 산업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론 '제재 강도' 높여야…G20 성명에 '北반영' 논의

'당장은 강력 제재, 장기적으로는 대화로 해결'. 문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서 밝힌 대북 해법이다. 방독 직전 미사일 '무력시위'를 불사할 만큼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에 강경한 입장이다. 그럼에도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서 '평화'와 '대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당장은 제재 국면이더라도 결국 해법은 대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기조다.

대북 제재 수위는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회담 초반부터 북한의 고도화된 핵과 미사일을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적 압박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메르켈 총리에게 G20 정상회의 차원의 대북 규탄 공동 결의도 공식 요청했다. 나아가 구체적인 제재 내용을 유엔 안보리에 맡기되, G20 차원에서는 원칙적 입장에서 공동의지를 표명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경제협의체인 G20의 특성상 최종 공동성명에 반영하기는 어렵지만 문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기술적 포함'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현 북한의 미사일 기술 개발 수준을 설명하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현재 수준도 문제지만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양국은 단기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제재와 압박에 있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해결 방향에 대한 국제사회 신뢰와 공감대를 얻고, 대북 정책 주도권을 인정받는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한·독 정상회담에서 주목할 점은 독일이 대북 제제와 한반도 문제를 다뤄나가는 데 있어 우리나라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는 점이다. 메르켈 총리는 “북핵·북한 문제에서 새 정부의 정책과 구상,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앞서 한미 공동성명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내용이 포함됐다.

◇'강소기업' 보유한 독일과 산업 협력 지평 확대

두 정상은 인류보편적 가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면서 '케미스트리'가 잘 맞았다는 평가다. 박수현 대변인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이 이뤄졌다”면서 “메르켈 총리의 끊임없는 질문과 관심이 이어졌으며 다방면 교류와 협력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외교장관 차원의 전략대화를 출범하기로 했다. 이는 양자 교류를 증진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는 '소통 채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보이슈뿐만 아니라 경제·통상이슈에 대한 협력방안도 논의한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보호무역주의 배제와 자유무역 증진'이라는 대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EU FTA를 자유무역과 개방경제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모범적 FTA로 평가했다.

두 정상이 경제정책 노하우를 공유하고 산업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4차 산업혁명, 중소기업 진흥, 직업교육, 탈 원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한다.

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등 중소기업 육성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주요 업종별로 세계적 수준의 '강소기업'을 보유한 독일의 중소기업 육성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중소기업 분야 협력 증진을 희망했다. 독일이 2011년 원전 폐기 결정 이후 태양광·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확대한 정책을 높이 평가하면서 에너지 분야 상호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중소기업, 직업교육 등 다양한 협력을 통해 사람이 중심이 되는 미래경제를 함께 건설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독일은 탈원전 및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선도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탈원전을 지향하는 만큼 에너지 정책 비전에서도 함께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메르켈 총리가 비공개 회담에서 “본인이 9월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로 유임된다면 문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유럽식 사회적 시장경제 분야에서 협력하고 싶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성공적으로 걸어가 동아시아 지역 내 국가의 모범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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