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에 대해 '공감과 협조'를 이끌어냈다. 양국 정상은 북핵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지목했다.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대북정책 공조에도 합의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분담금 공정성을 공식적으로 꺼내들어 한국 정부에 부담을 안겼다.
문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후 '한·미 공동성명'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며 “우리 두 정상은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강력한 안보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확장억제를 포함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통해 압도적인 억제력을 강화하고,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자신의 '핵 동결→핵 폐기'라는 2단계 계획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제재와 압박을 앞세우며 북핵 해결을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시킨 셈이다. 향후 문 대통령의 북핵 구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했다. 공동성명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대한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핵·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안에 미국 측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두는 동시에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기로 했다. 열린 대화, 고위급 협의체 구성 등 다양한 방법을 찾기로 했다. 미국은 한반도의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일정한 조건이 됐을 때 '전시작전통제권'도 전환하기로 했다.
가장 민감한 과제였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미 의회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설명하면서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를 공식 거론한 것은 우리 정부에 부담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발표에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공정한 분담이 이뤄지게 할 것”이라며 “공정한 방위비 분담이 이번 정권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공론화와 함께 우리 측에 요구한 '실리 챙기기'의 일환이다. 2019년부터 적용될 분담금 관련 양국 협상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양국 정상은 여려 민감한 현안에도 신뢰관계를 다진 것으로 평가됐다. 두 대통령 모두 취임한지 오래되지 않아 임기 상당 부분을 같이 보내야 하는 만큼 유대감 형성이 쉬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베리 베리 베리 굿(very very very good)”이라고 설명했다. 확대정상회담에서도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라고 표현하면서 친밀감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연내 방한 초청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수락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상회담의 주안점은 정상 간 튼튼한 신뢰와 우의를 구축하는데 있었다”며 “이틀에 걸쳐 회담했고, 기대한 것 이상으로 인간적 신뢰관계를 확실히 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D.C(미국)=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