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 이어 애플도...공급 요구 빗발에 플렉시블 OLED '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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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지난 4월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8 미디어데이'에서 '갤럭시S8, S8+'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시장 수요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만 유일하게 공급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작년 딱딱한 리지드 OLED 패널을 플래그십 모델에 채택해 선보였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대부분이 플렉시블 OLED 수급을 강력히 원하면서 공급 부족이 더 심해졌다. 올 하반기부터 애플이 OLED 아이폰을 선보이기 시작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생산하는 플렉시블 OLED 물량의 약 3분의 2를 애플이 확보하게 된다.

플렉시블 OLED 열풍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촉발했다. 고해상도 리지드 OLED 디스플레이로 플래그십 시장에서 액정표시장치(LCD)를 제압했고 이후 양 끝이 휘어진 커브드 엣지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하드웨어 디자인 차별화가 쉽지 않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애플이 플렉시블 차기 아이폰에 OLED를 채택하면서 시장 수요가 리지드 OLED에서 플렉시블 OLED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강자인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까지 플렉시블 OLED 패널을 채택함으로써 시장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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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모바일펀에서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8용 케이스. 실제 아이폰8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사진=모바일펀)

애플 참여는 시장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효과를 낳은 동시에 품귀 현상에 불을 댕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총 13만5000장 규모 설비에 투자했는데 이 중 10만장 이상이 애플 물량으로 추정된다. 요구 물량이 상당한 삼성전자와 애플을 주 고객사로 확보한 결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구글 등 다른 고객사의 물량 확대 요구를 다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플렉시블 OLED가 리지드 OLED보다 수율이 아직 낮은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세계서 유일하게 안정적으로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고 애플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전략적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면서 “구글, 화웨이 등도 물량을 요청했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 애플을 제외하고 불필요하게 또 다른 유력 경쟁사를 등장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6세대 플렉시블 OLED 가동을 앞뒀고 중국 BOE, 차이나스타, 티안마, 에버디스플레이, 비전옥스, 샤프 등도 설비 투자에 뛰어들었다. BOE를 시작으로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중국 패널사가 플렉시블 OLED를 양산한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이 독보적이고 추가로 신공장 투자까지 나서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미 양산 경험을 갖춘 만큼 원가, 품질, 수율 등에서 가장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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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플렉시블과 리지드 OLED 점유율 전망 (자료: IHS마킷).jpg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내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플렉시블·리지드 OLED가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를 넘어선다고 봤다. 중소형 OLED 시장에서 2020년까지 플렉시블 점유율이 50%를 넘어 리지드를 상회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수급은 수요가 공급보다 약 20% 많아 품귀 현상을 겪는다고 내다봤다. 보통 10%를 수급 균형선으로 본다.

중국이 플렉시블 OLED 양산을 시작하는 2019년 이후 시장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5~6인치대 스마트폰보다 더 큰 패널이 필요한 폴더블 기기 수요가 발생해 설비를 증설해도 계속 공급 부족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다른 한 쪽에서는 공급 과잉 가능성을 염두한다.

허무열 IHS마킷 연구원은 “중국의 리지드 OLED 투자가 늦었고 플렉시블 OLED 기술력은 3~5년의 격차가 있다”면서 “2019년 시장에 진입해도 이미 삼성디스플레이가 유리한 비용 구조를 갖춘데다 생산능력도 상당해 중국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