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정연설서 청년 실업·경제 불평등 해소 강조
문재인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 키워드는 '청년 실업'과 '경제 불평등' '좋은 일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성장·인구·고용 절벽을 극복하고 자신의 경제 정책인 'J노믹스' 실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통과 협력을 호소했다. 인사청문회 난항에 대해선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협력해 달라고 짧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국회 본회의장에 열린 시정연설에서 '청년 실업' 또는 '실업'이 포함된 단어를 총 36번 언급, '고용 절벽'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실업 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재난 수준의 경제 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면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일자리 추경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고용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연간 청년실업률이 2013년 이후 4년 동안 급격하게 높아졌다. 지난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인 11.2%를 기록했다.
소득 분배도 악화됐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 소득이 2016년 5.6% 감소한 반면에 상위 20% 계층 소득은 2.1% 늘었다. 경제 불평등 지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다.
문 대통령은 비정상의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지속 성장과 통합된 사회로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의 중심에 일자리가 있다”면서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한다.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일자리와 서민 생활 안정에 집중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배제했다. 소방관, 복지공무원, 경찰관, 부사관, 군무원, 집배원, 가축방역관 등 국민 안전과 민생 현장에서 일할 중앙 및 지방 공무원 1만2000명을 충원하는 데 쓴다.
중소기업 청년고용지원제도를 신설, 중소기업의 청년 취업문을 넓히는 데 활용한다. 청년이 창업에 도전하도록 청년창업지원펀드도 확대한다. 청년 구직 촉진 수당을 신설, 3개월 동안 월 30만원을 지원한다. 노인 공공일자리 3만개를 늘리고, 일자리 수당을 월 22만원에서 27만원으로 인상한다.
문 대통령은 “마음 놓고 일하고 싶다는 국민의 절박한 호소에 응답하자”면서 “추경 예산은 재난에 가까운 실업과 분배 악화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긴급 처방일 뿐 일자리 정책의 근본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할 국가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체된 인사 정국을 원만히 풀어 달라는 요청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 청문회를 마치고도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고위 공직 후보자가 3명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장하진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박수현 대변인 등 청와대 참모진도 동행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