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애플과 퀄컴 양대 파운드리 대형 고객사를 놓고 뺏고 뺏기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나노, 10나노대에서 양사가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0나노 이하 공정에서 TSMC가 애플과 퀄컴 물량을 모두 가져가며 '판정승'을 거두게 됐다. 각 고객사별 생산 물량은 매출액 기준으로 2조~2조5000억원 수준이다. 양대 고객을 모두 합치면 연간 5조원에 달한다.
◇파운드리사업부 신설되자마자
삼성전자는 45나노, 28나노 공정까지 애플 칩을 독점 생산했다. 20나노에선 TSMC에 물량을 뺏겼지만 14나노(16나노)는 TSMC와 함께 절반가량 물량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아이폰7 시리즈에 탑재된 A10 칩 생산과 차세대 10나노 A11 생산은 또 다시 TSMC가 가져갔다.
삼성전자는 20나노 공정에서 애플 물량을 TSMC에 뺏겼지만 퀄컴을 신규 고객사로 끌어들이며 공백을 메웠다. 14나노, 10나노로 생산된 퀄컴 스냅드래곤 820과 835 칩은 모두 삼성전자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그러나 차세대 퀄컴 7나노 파운드리 물량은 다시 TSMC에 뺏기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7나노를 로드맵에 넣어둔 퀄컴 입장에선 공정을 마련해 둔 TSMC 외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7나노는 내년 중반기에나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그 때까지 공백을 8나노 공정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중국 등 신규 고객사 영업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사업팀을 독립 사업부로 승격하고 반도체연구소장이었던 정은승 부사장을 사업부장으로 앉혔다. 이미 애플과 퀄컴 파운드리 물량이 TSMC로 넘어간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다양한 대응 방안을 구상해놨을 것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갤릭시S9은 퀄컴 7나노, 삼성 8나노로 이원화
업계 관심은 내년 상반기 출시될 차세대 갤럭시S9에 쏠려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에 퀄컴 스냅드래곤과 삼성 엑시노칩을 반반씩 섞어 사용한다. 미국 제품에는 스냅드래곤을, 국내 출시용 스마트폰에는 엑시노스를 쓰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7나노 생산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내년 초 출시될 차세대 엑시노스는 8나노 공정 기반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갤럭시S9에도 기존 부품 수급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게되면 같은 스마트폰임에도 7나노 스냅드래곤과 8나노 엑시노스가 혼재될 수 있다. 앞서 퀄컴은 삼성과 10나노 칩 파운드리 계약 시 갤럭시S8 절반 탑재를 조건으로 내걸었고 삼성도 이를 승낙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파운드리 서비스를 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영업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입장에서 전력소모량과 성능이 높은 퀄컴 7나노 제품을 배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망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