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움직임 보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공식 가동…첫 과제는 '물 분자 비밀'

우리나라가 세계 세 번째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용한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가속한 전자에서 나오는 방사광을 이용해 물질 구조를 분석하는 시설이다. 국내 장비는 세계 최고 성능을 갖췄다. 중에너지대 X-선 레이저를 유일하게 제공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포항공대(총장 김도연)는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운전과 사전실험을 마치고 8일 일반 이용자 연구 지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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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댕 구축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왼쪽 가로형 건물)

방사광가속기는 펨토초(1000조 분의 1초) 동안 X-선을 발생시켜 원자나 분자, 살아있는 세포를 분석한다. 최근 노벨상 20%가 가속기 활용 연구 성과에서 나오는 등 기초과학 중추로 부상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존 3세대의 1억배 밝기, 1000배 시간분해능을 갖췄다. 지난해 9월 미국, 일본에 세계 세 번째로 준공됐다.

가속기가 발생시키는 X-선 레이저는 세계 최고 시간 정밀도를 갖췄다. 레이저 안정도를 나타내는 지터값이 평균 25펨토초다. 미국 177펨토초, 일본 250펨토초를 크게 앞선다.

세계에 구축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 중 유일하게 2.1~3.0킬로전자볼트(KeV) 중에너지 대역 X-선 레이저를 제공한다.

이 대역에는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 및 게르마늄, 환경물질이자 생체 필수 미량원소인 인·황·염소·불소 등이 포함된다. 휴대전화, 초전도체를 위한 희토류 금속 등 주요 연구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다.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지난 2월 접수한 25개 연구 과제 중 상반기 8개 과제에 우선 활용된다. 첫 실험은 한국과 스웨덴이 공동 수행하는 '물 분자구조 변화 연구 과제'로 선정됐다.

물은 분자 변화 시간이 펨토초 단위로 이뤄져 미지의 영역이 많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개발된 후에야 연구가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설 단계인 초냉각(super-cooled) 물의 결정 구조를 실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4세대 가속기로만 수행 가능한 7대 연구 분야를 지정,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4세대 가속기는 세계에 3기밖에 없는 최첨단 장치다. 여러 실험을 동시에 수행하기 어렵다. 실험 난도도 높아 전략적 활용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1994년 3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이후 매년 5000여명이 장비를 활용했다. 4세대 장비 가동과 함께 3세대 장비에 2개 빔라인을 추가해 성능을 개선했다. 국내 수행이 불가능했던 적외선 분광학, 마이크로 거대분자 결정학을 연구할 수 있다.

배태민 미래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방사광가속기는 기초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나노,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이 확대된다”면서 “우리나라도 세계적 수준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갖춘 만큼, 선도적이고 우수한 연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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