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스마트폰, 자동차, 가상현실(VR)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응용 시장을 놓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액정표시장치(LCD)간 영역 다툼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가장 앞선 OLED 기술력을 갖춘 한국, OLED 기술 확보에 한창인 중국, LCD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대만과 일본의 전략이 향후 어떤 파급을 미칠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SID 2017 디스플레이위크 전시회에서는 OLED 기술로 새 시장을 개척하려는 한국과 중국, 기존 LCD 주도권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대만과 일본의 전략이 확연히 드러났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BOE, 티안마, AUO, 재팬디스플레이(JDI)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격전지인 스마트폰, 자동차, VR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중인 시제품을 전시했다. 작년 SID 전시회는 대형 퀀텀닷 LCD TV와 OLED TV간 화질 경쟁이 화두였으나 올해는 본격 개화를 앞둔 자동차, VR, 차세대 스마트폰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예고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플렉시블 OLED 기술의 초격차 전략을 입증했다. 처음 공개한 9.1인치 스트레처블 패널은 전시회 개막 전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을 낳았다. 최소 20분에서 최대 1시간 기다려야 제품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미래 디스플레이로 제시한 스트레처블 패널은 고무풍선을 누른 것처럼 화면이 움푹 들어갔다가 다시 평평한 형태로 돌아온다. 최대 12㎜ 깊이로 늘어나면서 기존 화질은 유지한다. 이번 시제품은 HD 해상도에 미치지 않는 수준이지만 구현 난도가 워낙 높은 만큼 가장 앞선 스트레처블 기술을 과시하기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외에 3.5인치 858ppi(인치당픽셀수)급 VR용 패널도 시연해 가장 높은 해상도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LG디스플레이도 차세대 중소형 패널로 OLED 제품을 앞세웠다. 자동차용은 12.3인치 크기에 전면 디스플레이와 투명 디스플레이를 다중 레이어로 구현해 기존 아날로그 계기판과 비슷한 입체감을 제공하는 멀티레이어디스플레이(MLD), 6.13인치 미러 OLED, 12.3인치 플렉시블 터치 OLED를 선보였다.
VR 패널은 LCD와 OLED 패널을 비교 전시했으나 VR용 OLED의 구체 사양은 공개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OLED TV 패널을 양산하는 만큼 77인치 UHD 월페이퍼 OLED와 패널 자체에서 소리가 나오는 65인치 크리스탈사운드 OLED(CSO) 패널도 전면 배치했다.
공격적으로 플렉시블 OLED에 투자하는 중국 제조사도 연구개발 중인 시제품을 다수 공개했지만 기술 완성도가 아직 상대적으로 낮다.
BOE는 다양한 OLED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내놨다. 5.5인치 QHD 폴더블은 538ppi, 곡률 4㎜ 아웃 폴더블 형태를 구현했다. 그러나 접었다 폈을 때 완전히 직선으로 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없도록 전시해 아쉬움을 남겼다. 패널을 안쪽으로 구부리는 인폴더블도 전시했으나 별도로 구동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다.
BOE는 이례적으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패널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5인치와 14인치로 해상도는 아직 80ppi에 불과한 초기 버전이다. 5인치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14인치는 옥사이드 기반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적용했다.
티안마는 패널을 안쪽으로 구부리는 인 폴더블 형태 5.49인치 플렉시블 OLED를 구동해보였다. 그러나 가운데 구부러지는 부분이 매끄럽지 않고 육안으로 구부러진 자국이 보여 기술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OLED 위주로 중소형 패널을 전시한 중국 기업과 달리 대만 AUO와 일본 JDI는 고도화한 LCD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AUO는 자동차용 LCD를 중심으로 전시했다. LCD서 가장 작은 곡률값(20R)을 구현한 3.5인치 플라스틱 플렉시블 플렉시블 LCD, 프리-폼 미러, 중앙정보표시디스플레이(CID)를 위한 9인치 커브드 LCD, LTPS 기반 12.3인치 프리-폼 계기판을 강조했다.
5인치 폴더블 OLED도 선보여 OLED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 제품은 HD 해상도 295ppi로 4㎜ 곡률을 구현했다. 자동차 계기판용 12.3인치 OLED도 전시했다.
일본 JDI는 플렉시블 LCD를 구현한 '풀 액티브(FULL ACTIVE)' 플렉스 LCD 제품을 강조했다. 5.5인치 풀HD로 401ppi를 구현한 제품을 내세웠다.
정호균 성균관대 석좌교수는 “중국 패널 제조사의 OLED 발전 속도가 빠르지만 아직 한국과 기술 격차가 상당함을 실감한다”며 “하지만 수율과 무관하게 패널을 계속 양산해 기술을 보완할 수 있는 현지 산업 분위기를 감안하면 향후 경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