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연구 다양성 확보 산증인 된 정세채 표준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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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 책임연구원

“전에 없던 새로운 영역을 계속 발굴해 다양성을 이뤄야 합니다. 따라만 가는 연구로는 더이상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정세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자신을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성공이 보장되는 후속 연구 대신에 다소 모험적이라도 새로운 분야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남을 따라가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연구 현장에 다양성을 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가 걸어온 연구 여정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18년 전에 '펨토초 레이저' 초미세 가공·수술 연구를 시작했다. 1000조분의 1초, 찰나의 시간에 레이저를 쏘는 기술이다. 지금은 펨토초 레이저를 반도체 생산, 디스플레이, 의료 등 각 산업 분야에 활용하지만 당시는 이름조차 생소했다.

당시 펨토초 레이저는 워낙 생소하고 불안정한 기술이어서 산업 활용도가 낮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그는 훗날 빛을 볼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매우 도전적 과제였지만 국민 세금을 쓰는 연구를 허투루 할 수 없었다는 것이 그가 연구를 시작한 이유였다.

준비과정에만 꼬박 3년이 걸렸다.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산업계 사람과 대화하며 연구 방향을 끊임없이 바로잡았다.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연구과정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2013년 펨토초 레이저로 양산 장비를 개발, 산업체 생산에 활용할 때까지 연구소를 집으로 알았다.

그는 “주류를 벗어났으니 그만큼의 어려움은 감수해야 했다”면서 “돌이켜보면 이것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기술을 선도하는 원동력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지금도 생소한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안압 측정 표준을 확립해 녹내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연구다. 안압은 제대로 된 측정표준이 없다. 이를 체계화하고 측정기기를 소형화하면 불치병인 녹내장 치료·관리에 새로운 길이 열린다. 연구 다양성을 확보하는 또 다른 사례다.

정 연구원은 “이런 다양성 확보 노력, 새로운 시도가 우리나라의 제4차 산업혁명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과 달리 전혀 새로운 '판'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국가, 연구기관, 기업이 근소한 차이를 두고 경쟁한다. 그는 다양한 기술에 대한 투자 안배, 다양성 확보가 없으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패권을 외부에 넘겨주게 된다고 봤다.

정 연구원은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초지능' 분야인 인공지능(AI)를 비롯해 몇몇 분야만 집중투자 되고 있다”면서 “보다 다양한 연구가 계속될 수 있도록 투자 저변을 넓히고 우리가 선도할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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