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가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맥주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는 가운데 국산맥주 업체가 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국내 맥주산업 제도 마련에 나섰지만 안방 뺏기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었던 맥주업체가 선제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25일 국내 최초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Filite)'를 출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주세법상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되지만 알코올 도수 4.5도로 맥주와 비슷하다. 깨끗하고 깔끔한 맛과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필라이트는 맥주 맛과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기존 국산 맥주는 물론 수입 맥주보다 저렴한 가격이 강점으로 손꼽힌다. 355㎖캔 기준 717원으로 동일 용량 기존 맥주대비 40%이상 저렴하다.
대형마트 850~900원, 편의점 900~950원 판매가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4캔 구매시 1만원', '5캔 구매시 8000원' 등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수입맥주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특히 수입맥주가 저렴한 원가로 국내에 들어와 높은 가격을 형성한 뒤 대폭 할인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는 마케팅에 비해 당당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가격정책은 국산맥주(세금 72%)보다 30% 이상 저렴한 주세율을 적용받고 있던 수입맥주에 비해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었던 역차별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제품명 필라이트 역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의 놀라움을 느껴보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가격은 물론 '국산 맥주는 싱겁다'는 맛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서도 애썼다. 100% 아로마호프와 맥아와 국내산 보리를 사용해 깨끗하고 깔끔한 맛과 풍미를 살려냈다. 기존 맥주제조공법에 맥아 등 원료비중을 달리해 원가를 낮추면서도 하이트진로 90년 역사 주류 제조 노하우로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혼술족'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층'에게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일반음식점과 유흥업소보다 편의점과 마트 등 가정용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다. 판관비와 영업비용 등으로 수입맥주가 취약점을 보이고 있는 업소용 시장은 최근 새롭게 리뉴얼 한 '하이트'로 대응하는 것과 동시에 필라이트의 높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가정용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국내 주류시장에 발포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해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20여년 전 일본 주류시장에 등장한 발표주는 원료비중을 달리해 원가를 낮추면서도 품질은 동일하게 유지해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 소비자들 부담을 줄이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맥주가 가격경쟁력에 밀려 수입 맥주에 안방을 뺏기고 있는 가운데 하이트진로가 주류업계 최초로 대응에 나서 주목된다”며 “국내 맥주 시장에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수입맥주 공세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