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매가격(SMP) 급등락에 따른 경영 위험 요소를 줄이거나 태양광발전사업자에 최소한 수익을 보장하는 장치가 없는 점이 제도 설계부터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한국에너지공단 태양광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입찰 시장(판매사업자 선정 시장)에서 장기 계약한 일부 태양광사업자들이 발전공기업을 상대로 계약 해지 요구 소송을 낸 것에 대한 발전공기업 담당자의 속내다.
입찰 시장 계약 물량이 발전공기업에 주어진 전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의무 양에 비해 미미한데 정부나 법원에 건건이 대응하는 게 `귀찮다`는 표정이다. 입찰 시장이 꾸려져 REC 구매 물량을 신청했고, 절차대로 장기 계약을 맺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시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제도 설계상 문제라고 꼬집었다.
법정으로 번진 태양광 REC 장기 계약 물량은 그동안 REC 시장의 비주류였다. 발전공기업이 직접 신재생에너지발전소를 발굴해 수의계약 방식으로 REC를 확보하는 `계약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소규모 태양광발전소에 장기간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 제공을 위해 도입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도가 REC를 구매하는 발전공기업에는 대금만 제때 지급하는 것 외에 아무런 의무가 없다. 반면에 태양광발전사업자는 SMP 등락에 따른 수익 변화와 REC 가격 변동에 따른 기회 손실까지 감수하면서 계약된 REC를 발전공기업에 꼬박꼬박 공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최저가를 들이밀며 날 뽑아 달라고 요청하는 `을`과 발전소 생산 REC를 사는 `갑`이 맺는 계약이 됐다.
올해부터 물량이 대폭 늘어 REC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를 입찰 시장이 더 이상 이런 소모성 논란에 발목 잡히면 안 된다. 국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장선 태양광발전사업자가 적어도 정부 주관 사업에 참여해 손해를 보는 것만은 막을 수 있는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입찰 시장을 REC 공급자와 수요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재설계해야 한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