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스마트폰을 차지한 `두 개의 눈` 듀얼 카메라…플래그십 `대세`로 성장 사이클 진입

듀얼 카메라가 스마트폰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차별화 요소로 듀얼 카메라를 적극 채택하면서 확산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반면에 듀얼 카메라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소수여서 듀얼 카메라 관련 부품 업계가 올해 새로운 성장 사이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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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은 끝났다

듀얼 카메라는 쉽게 말해서 카메라 두 대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두 대의 카메라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 예로 듀얼 카메라는 각각의 렌즈에서 배경과 피사체 초점을 따로 촬영할 수 있어 사진 품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듀얼 카메라 자체는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LG전자는 2011년 `옵티머스 3D` 스마트폰 후면에 듀얼 카메라를 적용했다. HTC는 2014년에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의 호기심을 끌었을 뿐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카메라 성능이 경쟁 제품보다 뒤처져 오히려 사진 품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듀얼 카메라가 다시 떠오른 건 지난해부터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향상돼 평준화하면서 플래그십 모델의 차별화가 필요했고, 촬영을 즐기며 좀 더 차별화된 사진을 요구하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듀얼 카메라가 재등장한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상·하반기에 출시한 `G5`와 `V20`에 듀얼 카메라를 적용했다. 화웨이는 `P9`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했다. 여기에 애플도 `아이폰7 플러스`에 적용하면서 듀얼 카메라는 스마트폰에 연착륙하는 양상을 보였다.

LG전자는 듀얼 카메라로 광각 촬영 기능을 강화했다. 애플은 두 대의 카메라가 서로 다른 심도로 피사체를 인식하면서 인물은 선명하게, 배경은 흐릿하게 촬영되는 효과를 구현했다.

◇날개 단 듀얼 카메라

2016년이 듀얼 카메라 채택 시작을 확인한 해였다면 올해에는 듀얼 카메라 보편화가 예상된다. 좀 더 많은 글로벌 제조사가 스마트폰에 듀얼 카메라를 적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적극 채택하고 있다.

먼저 LG전자와 화웨이가 각각 자사 전략 스마트폰에 듀얼 카메라 탑재를 확정했다. LG전자는 G6에 일반각과 광각을 합친 후면 듀얼 카메라, 화웨이는 1000만대가 넘게 팔린 P9의 후속작 P10에 듀얼 카메라를 각각 넣기로 했다. 이들 두 제품은 27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개막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된다.

중국의 신흥 스마트폰 강자인 오포와 비보도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오포는 2분기, 비보는 3분기에 각각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아이폰 모델 수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폰7플러스 외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아이폰8(가칭)에도 듀얼 카메라 적용이 예상된다.

올 한 해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운데 듀얼 카메라 탑재 비중이 절반을 넘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2017년 애플 아이폰 신제품 2개 모델에 듀얼 카메라 채택이 확정됐고, 삼성전자도 하반기 전략 모델에 탑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듀얼 카메라 탑재 프리미엄 신제품이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품 업계 수혜 주목

듀얼 카메라의 부상은 소비자 관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 등장일 뿐만 아니라 산업 의미도 남다르다. 스마트폰 카메라 시장을 이끄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재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스마트폰 카메라는 지금까지 화질 경쟁을 넘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이라면서 “듀얼 카메라는 새로운 단계의 시작”이라고 보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듀얼 카메라 채택 속도는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면서 “올해는 듀얼 카메라 확대로 카메라 부품주의 신규 사이클이 도래할 전망”이라며 확신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지난해 4300만대에서 올해 1억4700만대로 3배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 규모는 2016년 1조3000억원에서 2017년 4조1000억원이다. 시장조사 업체 테크노시스템리서치는 듀얼 카메라 수요가 2016년 7600만대에서 2020년 6억대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치는 서로 다르지만 듀얼 카메라 시장의 급성장을 예상한 것이다.

관심은 듀얼 카메라를 만드는 제조사로 쏠린다. 듀얼 카메라 시장 성장은 부품 업계의 주문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듀얼 카메라를 양산, 공급하는 곳은 전 세계를 통틀어 5개 업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전기, LG이노텍, 라이트온, 서니, 오필름이다. 듀얼 카메라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공급사가 많지 않은 편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한국 기업, 라이트온은 대만, 서니와 오필름은 중국의 부품회사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중국 샤오미 `미5S플러스` 모델,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7플러스에 각각 듀얼 카메라를 납품했다. 라이트온은 HTC, 서니는 화웨이와 거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듀얼 카메라에 대한 스마트폰 제조사의 관심이 높아 새로운 협력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기가 양산하는 것만 4개 모델에 이른다. 애플과 끈끈한 LG이노텍도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듀얼 카메라의 몸값은 앞으로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듀얼 카메라는 싱글 카메라와 달리 각각의 카메라부터 새로운 설계 구조와 요소 기술이 필요하고, 관련 특허를 먼저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만들 수는 없다”면서 “제조 설비와 공정 기술 등 진입 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