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ence]`캐릭터로 표현하는 또 다른 자아` 코스프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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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 모델 피온이 표현한 게임 `오버워치` 캐릭터 솜브라. (사진=Team CSL)

ICT는 기술영역은 물론 사회문화 영역까지 발전을 유도한다. 최근 기술과 문화의 단순조합이 만든 외연적 발전만이 아니라, 문화 내부에서의 발전도 두드러진다. 대표 사례가 게임·애니메이션 등 캐릭터를 모방한 `코스프레 문화`다. 이번 `Culture Essence`에서는 코스프레 문화 역사와 현황, 미래에 대해 알아본다.

◇코스프레 `과거 영웅묘사`에서 `현재 개성묘사`로

일본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단어 코스프레의 어원은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다. 코스튬은 `관습`이라는 뜻의 영단어 `커스텀(Custom)`과 유사한 말로 `시대를 대표하는 관습적인 의복`이다. 여기에 `놀이`를 뜻하는 `플레이(Play)`가 합쳐지면서 `당시의 복장을 입고 펼치는 놀이` 정도의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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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라고도 불리는 코스튬플레이는 영국 등 유럽에서 과거 영웅들을 기리는 행사에서 당시의 복색과 분장들을 한데서 시작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코스튬 플레이는 과거 영국의 영웅추도식 중 시절을 대표하는 옷이나 분장을 한 것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17~18세기에는 유럽 연극계 내 서사극 유행과 19세기 사실주의적 경향 등을 거치며 발전했다. 20세기에는 유럽중심의 문화가 미국과 일본 등에 이식되며 전 세계적인 범위로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코스튬 플레이는 원래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바뀐다. 초기 코스튬 플레이가 역사고증의 모습이었다면 변환기 시점의 코스튬 플레이는 연예인이나 유명인 등 현존인물이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게임 등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을 모사하는 형태를 띤다. 또 과거에는 영웅을 단순히 모사하는 성격에 가까웠다면 이때부터는 성향에 맞는 객체를 따라함으로써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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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튬 플레이는 가상의 인물묘사로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는 하나의 문화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좌측부터) 코스프레 모델 천화와 샤샤가 인기게임 오버워치와 데스티니 차일드 속 캐릭터를 모사하고 있다. (사진=RZ COS 제공)

현재 코스튬 플레이는 ICT 발전에 힘입어 좀 더 다양한 범위와 행위주체를 갖고 있다. 먼저 범위 면에서는 ICT와 문화트렌드 상징인 게임이 코스튬 대상으로 등장했다. 정치나 사회적인 이슈를 표현하는 테마도 속속 등장하면서 코스튬 플레이 장르를 넓히고 있다. 행위주체 면에서는 일부 동호회나 특정인, 예술영역으로 한정적이던 것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미디어 힘으로 일반인에게 파급되면서 하나의 큰 문화이슈를 창조했다.

국내에서는 `코스프레`라는 일본식 영어표현에서 알 수 있듯, 1980~1990년대 주로 유입됐던 일본 대중문화 영향을 받아 출발했다. 국내 코스튬 플레이 문화는 한동안 비주류에 머물렀으나 최근 ICT와 한류 분위기에 힘입어 일반 대중이 향유하는 것은 물론 신직업으로 자리 잡을 만큼 활성화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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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스튬플레이 문화는 ICT와 한류분위기에 힘입어 활성화되는 추세다. (좌측부터) 그룹 피에스타 멤버 차오루와 코스프레 모델 슈퍼마켓이 게임 `수호삼국지`와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캐릭터를 모사하고 있다.(사진=Team CSL 제공)

유명 국내 코스튬 플레이 팀 중 하나인 `Team CSL` 박정훈 실장은 “1990년대 말 한 잡지에서 대학로의 소규모 코스프레 모임사진을 보고 시작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일본 유명게임 주인공을 묘사하는 취미 수준에 머물렀으나, SNS나 채팅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해 세계 무대경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직업으로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코스프레, ICT·한류·세대교체의 소산?

이렇듯 코스튬 플레이는 상상 이상의 긴 역사와 변화를 겪으며 완성된 세계 문화 트렌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최근에 들어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에 대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국내 코스튬 플레이는 기본속성인 `모방성`으로 인해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제한됐다. 대부분의 나라가 문화 독창성을 자랑하지만 유독 한국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에 `모방성`을 기초로 한 코스튬 플레이 문화는 상대적으로 저급한 문화로 인식돼 왔다. 여기에 일본문화 영향으로 생성됐기 때문에 반감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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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튬플레이는 일본문화를 원류로 등장했다는 점과 모방성때문에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해 한동안 비주류에 머물렀다. 코스프레 모델 레브와 리은이 일본 격투게임 `킹오브파이터즈` 캐릭터를 모사하고 있다. (사진=RZ COS 제공)

또 대상객체를 향유하는 세대가 한정적이라는 것도 한몫한다. 코스튬 플레이의 대상객체는 대부분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 젊은 세대가 공감하고 즐기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이에 주류문화를 이끄는 기존 기성세대가 공감하지 못하면서 비주류 문화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성세대 교체라는 시점적인 측면, 한류와 ICT라는 큰 트렌드가 겹쳐지면서 코스튬 플레이 문화도 살아나고 있다.

현재 기성세대는 경제성장 단계를 넘어 풍족한 생활을 경험했던 1970년대 후반 이후 출생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 세대는 당시 초기였던 코스튬 플레이 문화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며, 다양한 문화 유입과 변혁을 겪은 경험이 있어 새로운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이런 까닭에 코스튬 플레이는 하나의 문화로 인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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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화들을 접해본 세대들이 기성세대로 자리잡으면서 코스튬플레이 문화도 점차 인정받고 있다. 게임 오버워치 `송하나` 캐릭터를 모사중인 코스프레모델 즈린.(사진=RZ COS 제공)

또 게임·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한류문화는 국내외에서 각광을 받으며 코스튬 플레이 등 다양한 모방 콘텐츠들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했다. 일례로 세계적 인기를 모았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해외에서 다양한 패러디와 커버댄스 등으로 재탄생했다. 이런 유행이 다시 역수입되면서 국내에서도 갖가지 패러디를 만들어냈다.

ICT는 코스튬 플레이 성장에 한몫했다. ICT는 국내외 다양한 계층의 문화를 골고루 향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출시켰다. 여기에 소모임 개념으로 존재했던 코스튬 플레이어들을 연결시켜주는 네트워크로써 자체 활성화에도 도움을 줬다.

문화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는 ICT 발전을 기반으로 기성세대 교체에 따른 문화 거부감 해소, 한류 활성화 등 여러 요인이 얹어져 다양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고 있다”며 “코스튬 플레이 등 상업영역과 문화영역을 아우르는 콘텐츠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활성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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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는 코스튬플레이 문화의 파급과 오프라인 속 코스튬플레이어들의 네트워크 연결을 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일각에서는 코스튬 플레이 문화 대두를 `우상묘사`와 `공동체를 향한 욕망`의 합일이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우상을 닮고 싶은 인간의 기본 속성과 ICT로 개인화가 심화된 인간의 공동체적 욕망이 코스튬 플레이로 나타난 것”이라며 “ICT 발전에 따라 개인화가 심화될수록 코스튬 플레이 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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