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경계의 종말과 지능형 디지털 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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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안개가 걷히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종착역은 똑똑함(Smart)을 넘어 지혜로움(Wise)의 시대를 알리고 있다. 현재 시점만의 정보로 판단하는 것은 똑똑함이지만 과거부터 쌓인 데이터를 종합 고려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지혜로움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정보를 캐고 다듬고 추론하는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보석으로 꼽히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특징은 지능정보기술의 융합이 단순히 비즈니스 틀을 바꾸고 산업 경계를 무너뜨리는 수준을 넘어 사회 구조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가 떠오르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기업인 아마존은 지난해 말 미국 시애틀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고객이 `아마존 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면 컴퓨터 비전, 인식센서, 딥러닝 기술 등을 적용해 고객이 구매한 제품을 자동으로 인식·계산해서 비용은 고객의 온라인 계정으로 청구하고 상품은 집으로 배송한다.

제조업과 서비스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가치사슬에 서비스 역할을 확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전통 자동차 제조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BMW, 포드 등이 메이븐·리치나우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에 직접 나서거나 투자하고 있는 것이 대표 사례다.

마지막으로 AI 기술로 인간과 기계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계가 육체 노동과 단순 업무 중심으로 활용됐지만 이제는 인지·추론 영역에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단기 경쟁 시각도 있지만 장기로는 로봇과 공생관계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밝은 예측을 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산업화 시대에는 수직 계열화를 통한 효율화와 생산성 개선이 핵심이었고 모바일 시대에는 플랫폼 선점으로 생태계의 주도권 확보가 최대 관심사였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경계의 종말에 따른 `지능형 디지털 메시` 구현이 핵심 요소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능형 디지털 메시란 다양한 기기들이 그물망과 같이 상호 연결되어 지능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촘촘한 지능형 그물망 구축을 위해서는 세 가지 기술 과제가 선행돼야 한다.

먼저 지능화된 디바이스 실현을 위한 반도체 기술이 요구된다. 기존의 컴퓨팅 처리 구조인 폰-노이만 방식으로는 대량 정보 처리에 한계가 있다. 인간의 두뇌 연산 방식을 응용해서 복잡한 AI를 초절전, 초소형으로 구현할 수 있는 뉴로모픽 프로세서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뉴로모픽은 IoT, 자율주행, 웨어러블디바이스, AI 등 최첨단 기술의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뉴로모픽 기술과 더불어 디바이스 간 연결을 지능화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기술이 필요하다. IoT에 연결되는 기기 수와 이에 따른 정보 양이 기하급수로 증가함에 따라 현재의 중앙 집중식 클라우드 기반의 운영 구조로는 실시간 대응과 제어에 한계가 있다. 개별 사물이 능동으로 정보를 인지·판단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인식(Cognitive) IoT 기술 개발이 수반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일 소스에 특화된 AI가 아니라 영상, 음성, 텍스트, 사물데이터 등 다양한 이종 데이터를 포괄해서 분석·활용할 수 있는 진화된 AI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이미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음성 기반의 AI 플랫폼을 선점하고 있다. 수많은 센서로부터 습득할 수 있는 다양한 리얼 데이터 기반의 AI 기술은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보화 혁명으로 불리는 3차 산업혁명의 세계 성공 사례다. 새로운 반도체, 플랫폼, 시스템 기술 개발을 위해 산·학·연·관이 역량을 결집하고 기존의 고정 관념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지능화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또한 대한민국이 한 차원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전자부품연구원 원장 박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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