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해시태그-#포켓몬, 슈퍼마리오]닌텐도 적자가 한국에 던진 질문

설 연휴 직전 `포켓몬고`가 출시되더니 2월에는 `슈퍼마리오런`이 한국을 찾았다. 둘 다 닌텐도의 적자(嫡子)다.

닌텐도는 1889년 화투 제조업체로 시작해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주름잡은 일본 게임기업이다. 슈퍼마리오와 포켓몬스터는 닌텐도 왕국 선봉에 선 왕자들이었다. 포켓몬고가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던진 파장은 꽤 크다. 포켓몬고 UI/UX는 단순하다. 직관적으로 포켓스탑과 체육관을 찾을 수 있다. 간단하지만 많은 아이디어가 숨어있다. 포켓볼을 던지는 동작에 따라 경험치가 달라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포켓몬고는 게임을 하는 양식을 바꿔 놨다. 마치 `애니팡` 초기 같은 열기가 느껴진다. 어느 순간 모바일게임에서 멀어진 사용자가 다시 스마트폰을 잡도록 했다. 굳이 돈을 쓰지 않아도 발품만 팔면 게임을 하도록 설계했다.

포켓몬고 성공은 단순히 글로벌 지식재산권(IP) 확보로 설명하기 부족하다. 개발사 나이언틱은 포켓몬고 전에 `인그레스`를 만들었다. 현재 한국에 나타나는 포켓스탑이나 체육관은 인그레스 이용자가 만들어 놓은 유산이다.

나이언틱은 인그레스로 열심히 위치기반서비스(LBS)를 쌓았고, 포켓몬스터를 얻어 꽃을 활짝 피웠다. “밖에서 돌아다니며 하는 게임, 세대를 넘나들며 이야기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철학이 빛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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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진에어가 2016년 진행한 포켓몬 이벤트. (제공=한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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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인그레스 어노말리 비아 느와르 서울 프라이머리 행사에 모인 게이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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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황 나이언틱 아트 총괄 이사. 황 이사는 지난해 방한해 전자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스마트폰과 인간 사이 관계를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만들까 고민한다"며 “스마트폰에만 몰두해 가족 간 대화를 등한시하는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닌텐도는 스마트폰 시대에 오며 퇴물 취급을 받았다. 역사가 100년이 넘은 기업이었지만 세간의 평가는 성급했다. 휴대용 게임기 산업 사양을 예언하며 닌텐도의 굼뜬 행동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슈퍼마리오는 사실 간단한 게임이다. 스마트폰용으로 내놓기 어렵지 않다.

닌텐도는 2016년 12월에서야 첫 모바일게임 슈퍼마리오런을 내놨다. 비디오게임 시리즈에서 가로로 펼쳐졌던 화면은, 스마트폰에서 한 손만으로 플레이 할 수 있게 세로로 고정했다. 우리 돈 1만원 정도면 모든 콘텐츠를 플레이 할 수 있다. 가벼운 게임성을 고집스럽게 지킨 것이다.

나오자마자 세계 60여국 앱스토어 최상위권에 오르더니, 하루 만에 미국에서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한 달 동안 세계시장에서 8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한 달에 매출 2000억원을 올리는 모바일게임이 나오는 마당에 포켓몬고와 슈퍼마리오런의 성취가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국 게임업계는 1985년(슈퍼마리오), 1996년(포켓몬스터)에 나온 게임들이 별로 다를 것 없는 게임성에도 왜 계속 사랑받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개발철학을 최우선에 놓는 것이 콘텐츠에 어떻게 생명력을 불어넣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20년 후를 생각해보자 포켓몬과 슈퍼마리오는 살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게임은 어떤 것이 남아있을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한줄평: 불로장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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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리오 캐릭터와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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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와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은 2103년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다. 양사 제휴 이후 첫 번째 탑승객이 된 여성이 선물로 받은 제품을 들고 슈퍼마리오 인형과 기념 촬영했다. <댈러스(미국)=AP연합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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