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1000만건 넘어…‘애니팡’ 돌풍 재현
`포켓몬고`가 국내 출시 3주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다. 모바일게임 대중화를 이끈 `애니팡` 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다. 역할수행게임(RPG) 중심의 국내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지 주목된다.
14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기관과 게임업계에 따르면 포켓몬고는 지난달 24일 출시 이후 이달 12일까지 약 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루 평균 4억원 이상 매출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번 주 누적 100억원 매출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유럽 등 먼저 게임이 출시된 주요 시장과 비슷한 속도다.
포켓몬고의 국내 다운로드 수는 1000만건을 넘어섰다. 구글 700만건, 애플 300만건이다. 애니팡 시리즈와 비슷한 속도다. 선데이토즈가 2012년 7월 출시한 애니팡은 한 달 만에 1000만다운로드를 기록했다. 2014년 출시된 애니팡2는 전성기에 하루 평균 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애니팡2는 출시 29일 만에 국내 매출 1위에 올랐다.
포켓몬고는 현재 모바일 대작 게임 `리니지2레볼루션`에 이어 국내 시장 매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리니지2레볼루션은 일 평균 매출 약 30억원을 올린다.
게임사 관계자는 “RPG가 아닌 장르, 현금을 주고 사는 확률형 아이템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BM)을 감안하면 포켓몬고는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면서 “리니지2레볼루션 변수를 제외하면 기존의 매출 최상위권 게임과 1위를 다퉜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포켓몬고는 매출과 별도로 한국 게임업계와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세대를 넘어 게임을 소재로 소통하는 현상을 만들었다. `포세권(포케스탑과 역세권을 합친 신조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애니팡 이후 RPG 위주 시장에서 소외된 유아, 노년, 여성 이용자를 다시 끌어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직장인 백민경(여·36)씨는 “초등학생 조카들과 포켓몬고를 함께한다”면서 “게임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함께 논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각종 커뮤니티에도 아이들과 포켓몬고를 즐기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장을 과점한 대형 기업과 중국 게임사 사이에서 돌파구를 찾는 중소 게임사는 포켓몬고 현상이 반갑다.
드래곤플라이, 엠게임, 한빛소프트 등은 지난해 포켓몬고 열풍 이후 증강현실(AR) 게임 개발을 시작하거나 콘텐츠를 추가했다. 카카오는 상반기 포켓몬고 같은 위치 기반 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포켓몬고는 확률형 아이템, 하드코어 과금 이용자 없이 성공한 사례”라면서 “중소 게임사가 포켓몬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포켓몬고 열풍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포켓몬고 주간(2월 6~12일) 사용자는 643만명으로 전주에 비해 7%로 줄었다.
사용자당 주간 평균 사용 시간은 176분으로 소폭 줄었다. 하루 25분 꼴이다. 이 교수는 “포켓몬고가 국내 시장을 장악한 RPG, 고과금 이용자의 흐름을 한 번에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콘텐츠가 사랑받는지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예의주시했다.
포켓몬고 개발사 나이언틱은 조만간 한국 제휴사 등 사업 모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데이트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데니스 황 나이언틱 아트총괄 이사는 “포켓몬고는 아직 기획한 콘텐츠의 10%도 못 보여 줬다”고 밝혔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