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스로 챙기는 보안, 마무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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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페이스북이 해킹된 것 같은데요.”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자 이름으로 개설된 페이스북 계정이 해킹돼 성인광고를 게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급한 마음에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서 평소에 사용하는 계정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당혹스러운 찰나 수년 전에 다른 이메일 주소로 만들어 둔 보조 계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몇 년째 접속하지 않아 기억에서 사라진 계정이다. 접속하려고 보니 비밀번호가 바뀐 상태다.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들어가자 낯 뜨거운 이미지와 함께 불법 성매매를 암시하는 광고가 담벼락을 수놓는다. 기본 언어 설정은 중국어로 바뀌었다.

보안 분야를 담당하며 다양한 계정 도용 사례를 봤다. 평소 보안 수칙 준수를 주변인에게 권하며 주요 인터넷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에서 제공하는 안전장치도 설정했다. 계정 별로 다른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주기 교체를 하는 등 관리에 신경 썼다. 그럼에도 지난날 만들어 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계정에는 소홀했다. 뒷마무리에 깔끔하지 못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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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과거 만들어둔 계정도 도용돼 불법 성매매 광고가 게시됐다.

최근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트위터·인스타그램 등에서도 계정이 도용돼 성인광고, 불법 도박광고, 대포통장 모집 등에 악용된다. 개인 사용자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계열사, 언론사 등 이름으로 개설된 다양한 계정이 피해를 봤다. 대부분 SNS 홍보 목적으로 만들었다가 관련 조직이 개편되거나 행사가 끝난 뒤 방치된 계정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계정이라 하더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성인광고에 노출된 이들에게는 여전히 계정 소유자가 올린 게시 글과 다름없다. 신뢰도나 기관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단순 성인광고를 넘어 페이크 뉴스 유포나 지능형 사이버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과 SNS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시대다. 온라인 계정은 사이버 사회에서 각 개인과 기관, 기업을 대변하는 모습이다. 더 이상 쓰지 않는 계정이라면 차라리 삭제하는 편이 낫다. 마무리가 깔끔해야 또 다른 허점을 예방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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